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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06> 토지국유 이념에 밀리고 기득권자에 치여…진퇴양난의 中 부동산세 정책

■중국 공산당은 ‘보유세’ 도입 안하나, 못하나

  •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 2021-10-27 08:03:04
  • 정치·사회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06 토지국유 이념에 밀리고 기득권자에 치여…진퇴양난의 中 부동산세 정책
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단지 앞을 한 여성이 지나고 있다. 중국에서 주택 소유자들은 공산당을 떠받치는 지지층이지만 최근 보유세 논란 과정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AFP연합뉴스

“집은 살기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은 아니다.(房子是用來住的, 不是用來炒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6년 한 회의 석상에서 처음 내놓은 말이다. 중국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들은 이 언급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이로써 중국 주택문제가 명확하게 정리됐다고 주장한다. 물론 당연한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은 투기 대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어쨌든 공개적으로는 없다. 문제는 투기를 어떤 방식으로 잡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것인가다. 부동산 보유세 문제가 전면으로 등장한 이유다.


지난 3월 열린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읽은 정부업무보고에서 고민의 일단이 드러난다. 업무보고 내용 중에 주택문제 관련은 이렇다. “(‘주택은 주거 대상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토지가격, 주택가격 및 시장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두드러진 대도시 주택문제를 잘 해결하고 토지공급을 확대하고 특별자금을 배치하며 집중적으로 건설하는 등 방법으로 보장형 임대주택과 공동소유 재산권 주택의 공급을 확실히 보장하며 장기임대 주택 시장의 발전을 규범화하고 주택임대 조세와 비용을 낮춤으로서 새로운 도시 주민과 청년들의 주택난 완화를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문장은 긴 데 요약하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어디에도 부동산 투기를 단속하고 처벌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투기적인 주택 대량 구매와 보유를 줄어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투기자금 대출을 줄이고 또 부동산 보유를 억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중국에는 아직 보유를 억제하는 정책이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실물경제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늘상 그렇듯 자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당시 일부 기업들이 명목상 운영자금을 받아 토지와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던 때였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 속에서도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임대사업자들이야 좋았겠지만 임차인들의 고통은 커졌다. 새로 사회에 나와 보금자리를 구하는 젊은이들의 좌절감은 거의 절망적이다.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06 토지국유 이념에 밀리고 기득권자에 치여…진퇴양난의 中 부동산세 정책
부동산세 시범사업을 알리는 전인대의 지난 23일 결정. /신화망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 12일 베이징에서 재정부, 주택·건설부, 세무총국 그리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관계자들이 모여 보유세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세 관련 논의시간을 가졌다. 부동산세 관련 고위급 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가진 것은 당시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당시 류쿤 재정부 부장(장관급)은 “14차5개년 계획 기간(2021~2025년) 안에 부동산세 입법이 될 수 있을 듯 하다”며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8월17일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를 추진하겠다”면서 “부동산세의 입법과 개혁을 적극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이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당초 예상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결국 법제화를 해야 하는 입법기구 전인대가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제13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31차 회의에서 ‘일부 지역의 부동산세 개혁 시범사업에 관한 결정’이 의결됐기는 하다.


이번 ‘결정’에서 전인대는 정부(국무원)이 부동산 시장 상황 및 토지 활동 등을 고려하면서 부동산세 적용 시범지역을 선정해 14·5계획 기간 동안 부동산세의 효과를 적용해볼 수 있게 했다. 다만 부동산세 과세 대상은 도시의 주거용 및 비주거용 부동산에 한정되고 농촌 토지·주택은 제외했다.


즉 부동산세 도입이 아니라 부동산세의 효과를 향후 5년 동안 잘 살펴보라는 의미다. 부동산세 도입이 2025년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결정’은 “국무원과 관련 부서, 시범지역 지방정부는 과학적이고 실행 가능한 징수관리 모델과 절차를 수립할 것”을 규정했다.


전인대는 독립된 기구가 아니다. 공산당의 결정을 그냥 법률화 하는 조직이다. 그러면 시진핑의 언급과 전인대의 이번 ‘결정’ 사이의 두달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천하무적이라는 시진핑의 당초 생각을 흔들 무슨 계기가 있었을 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세 도입이 예상보다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앞서 시 주석은 부동산세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임무를 한정 부총리에게 맡겼는데 공산당 내부 논의 결과 당 지도부는 물론 평당원들도 압도적으로 부동산세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한다.


상당수가 세금 때문에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 소비자 지출이 함께 급감하고 전반적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결국 당초 계획보다 부동산세 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수정됐다는 것이 WSJ의 해석이다.


중국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 상황이 어떻길래 이런 논란이 생길까. 부동산세는 토지나 주택, 건물에 붙는 세금을 말한다. 선진국일수록 보유 단계의 세금이 많다. 이를 통해 비생산적인 과잉 보유를 금지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보유 단계에서의 세금은 사실상 없는 편이다. 전체 세율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세금은 거래 단계에 포함돼 있다.


이것이 중국에서 부동산 투기를 가능하게 한 기본적인 이유다. 예를 들면 주택을 분양을 받는다고 하자. 처음 주택구매에서는 이러저러한 잡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세율이 높다. 하지만 보유세가 없기 때문에 주택을 갖고 있기만 해도 이익을 본다. 중국에서 주택가격은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주택을 사모으고 집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면 된다.


예를 들어 광둥성 선전의 주택 평균가격은 2011년의 ㎡당 2만 위안(약 360만원) 미만에서 현재 9만 위안(약 1,600만원)으로 400% 가량 올랐다. “개혁개방 이후로 중국에서는 투기꾼이 항상 승리했다”는 것은 거의 상식처럼 통용된다.


다주택자들도 주택 보유과정에 별다른 세금이 없기 때문에 이를 꼭 회전시켜 임대료를 받을 필요성이 적다. 평등을 추구한다는 이른바‘사회주의’ 나라에서 누구는 수백 채의 집을 갖고 누구는 한 채도 없이 비싼 임대료를 부담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06 토지국유 이념에 밀리고 기득권자에 치여…진퇴양난의 中 부동산세 정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중국 부동산세의 왜곡은 ‘사회주의’ 중화인민공화국(중국) 정책의 산물이다. 중국은 1949년 공산화 성공 이후 모든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국유화했다. 이후 개인들은 국유기업이 제공한 주택에서 소액의 임대료만 지불하고 생활했다. 배정받은 주택은 국유이기 때문에 당연히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다.


이른바 1990년대 개혁개방이 진행되면서 국유기업의 주택은 개인에게 이전 분양됐다. 공식적인 개인주택 소유는 1998년에서야 시작됐다. 다만 이러는 가운데 부동산에 대한 권리가 이원화 됐다. 토지의 소유권은 국가에 남고(즉 토지국유제) 토지의 사용권만을 개인이 가지면서 여기에 건물을 짓게 된 것이다.


국가가 인정한 토지의 사용권 유효기간은 최대 70년이다. 70년 후는 국가가 이를 되찾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아직 기한이 도래하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거래가 되는 주택이나 건물은 바로 이 사용권이다.


토지의 소유권이 국가가 있고 개인은 사용권만을 가지는데 개인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논리는 이렇게 생겼다. 토지국유제에 대한 주장은 생각보다 강하다. 쉬산다 전 세무총국 부국장은 “국유토지에 보유세가 부과될 수 없다는 것은 중요한 법적 원칙”이라며 “건물을 개인이 소유할 수 있지만 (그 밑에 있는) 토지는 국가 소유”라고 말했다.


문제는 2000년대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불거졌다. 상하이나 선전 등 대도시들이 성장하면서 부동산(즉 사용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빈부격차도 확대됐다. 보유세가 없는 상황에서 자금이 있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돈을 빌려 주택을 사들였고 이는 또 부동산가격을 끌어올렸다. 주택을 사 모은 사람은 앉아서 부자가 됐다. 주택들이 잘 팔리자 건설사들은 계속 사업을 확장했고 이는 그동안 중국경제 고도성장의 발판이 됐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성공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올라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불평등이 커졌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도시와 그렇지 못한 농촌 간의 지역 차별도 심화됐다. 가장 큰 충격은 새로 사회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의 좌절에서 나왔다. 결과는 출산율 저하와 인구감소 위기다. 이들은 직장에 들어갔지만 한달 월급으로는 월세조차 낼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이나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수도 베이징의 집값은 서울과 도쿄 보다 비싸다.


집값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보유세론자들은 이념 문제에서도 돌파구를 찾았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찾아 공공 토지에 지어진 주택에도 보유세를 물릴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물론 이런 주장은 ‘사회주의’ 중국의 현실과는 다소 다른 것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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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헝다 건설 현장에 이회사의 사업현황을 홍보하는 안내판이 서있다. 끝임없는 부동산 개발이 현재의 중국 경제성장을 지탱해 왔다. /AP연합뉴스

현실이 이념을 이길 수 있을까. 지난 2011년 충칭과 상하이에서 보유세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투지와 집값 급등에 따른 여론 악화에 밀린 중국 정부는 일단 한번은 해보겠다는 차원이었다. 다만 충칭과 상하이의 보유세 부과 대상은 고급 호화주택에 한정됐다. 이마저도 대상자들의 반발로 지금까지 어떤 결과도 도출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한 상태다.


현지 보도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부동산을 갖고 있는 중국인 기성세대들은 대개 보유세 부과에 부정적이다. 증시 등 금융시장이 발달 되지 못한 중국에서 개인 자산의 60%는 부동산에 쌓여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자산이 늘어나고 가격이 내리면 줄어드는 구조다. 즉 WSJ가 보도한 “강한 저항”은 이들 부동산 기득권층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현재 중국 공산당을 아래에서 떠받치는 ‘지지층’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들이 토지국유제라는 중국식 사회주의 이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중국 공산당 치하에서 자신들의 부가 늘어났기 때문에 지지하는 편이다. 다만 지지의 근거로 토지국유제는 중요한 논거가 된다.


중국 공산당은 진퇴양난에 빠진 듯하다. 부동산세를 강행할 경우 지지층을 잃고 그렇다고 포기할 경우 부동산 시장 거품의 붕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더욱이 보유세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경우 이를 부담하는 주택소유자는 그 주택 및 토지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을 요구할 여지도 생긴다. 이는 ‘사회주의’ 중국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가 될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 악화되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한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파산 위기가 다른 부동산 업체로 도미노처럼 퍼지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 주택평균 가격은 0.08% 하락했는데 이는 6년만에 처음이다. 앞서 코로나19 충격에서도 버틴 주택시장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일단 부동산세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등 도입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진핑 등 공산당 수뇌부의 약속이기 때문에 그냥 없는 것으로 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보유세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사례가 증명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관련 기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공급을 제한하고 구매자를 심사하는 것은 이미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투기 분위기를 꺾기 위해서는 더 나은 접근 방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06 토지국유 이념에 밀리고 기득권자에 치여…진퇴양난의 中 부동산세 정책
중국 베이징 동부의 퉁저우구 신시가지 모습. 베이징시가 부도심으로 새로 개발하는 곳이다. /AP연합뉴스

다만 부동산세가 전면적으로 도입될 경우 중국이 쓰나미와 같은 충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한 건설 경기 확장이 멈춰지면서 한바탕 홍역을 겪을 듯하다. 앞서 WSJ는 “중국에서 이미 판매된 채 빈집처럼 방치된 주택이 1억채 가량이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보유세가 없기 때문에 임대 없이 빈집으로 유지될 수 있다. 반면 보유세가 부과될 경우 이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의 전반적인 세입 구도도 바뀔 수 밖에 없다. 보유세가 없는 상황에서 지방정부들은 제대로 세금을 걷지 못했다. 대신 토지들을 헐값에 수용해서 헝다 같은 부동산 개발업체에 팔았다. 토지는 국유이기 때문에 수용하는 것이 다른 나라보다 쉽다. 이런 토지판매 재원이 지방정부 총 재정의 30~5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개발 가능한 토지가 점점 줄어들면서 현재 이런 토지판매도 한계에 부닥친 상태다. 안정적인 재원을 찾던 중국 정부가 보유세에 눈을 돌린 이유다. 이센룽 중국사회과학원 전 연구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부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에 안정적인 재정 수입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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