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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이 만난 새로운 도전

  • 이채홍 기자
  • 2022-08-02 11:23:49
  • 영화

한산, 박해일, 이순신

[인터뷰]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이 만난 새로운 도전
'한산: 용의 출현' 배우 박해일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박해일에게 ‘한산: 용의 출현’은 도전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도, 경험했던 촬영 환경도 아닌 완벽히 새로운 방식의 영화 제작이었다. 모두가 영웅이라 말하는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 부담감까지 어깨를 짓눌렀다. 그 수많은 고민과 도전 끝에 박해일만 그릴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의 이순신 장군이 스크린 위에 펼쳐졌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임진왜란 초기 1592년 7월 한산도 앞바다에서의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명량’(2014)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이기도 하다. 박해일은 ‘명량’의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과 다른 ‘지장(智將)’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용맹스러운 모습에 집중하기 보다 강인한 무인이자 침착한 지략가인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드러날 듯 말 듯 한 이순신의 모습을 단박에 세워두지 않는 방식으로 연기했어요. 전투로 시작해서 전투로 끝나는 이야기에 집중했죠. 혼자 있는 공간에서 이순신 장군의 고민들이 잘 드러나게 해야 학익진이라는 진법을 실행하게 된 계기가 뚜렷해지고 전투 장면들이 더 배가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려면 캐릭터를 좀 더 차분하게 대해야겠더라고요.”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순신 장군은 말수도 적고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지 않는 선비 같은 기질이 있는 분이었다고 해요. 무인의 기질을 가져가되 이 부분을 살리려고 했어요.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명령을 하더라도 시의적절할 때를 기다리잖아요. 그런 부분까지도 일관되게 가져가려고 했죠.”



[인터뷰]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이 만난 새로운 도전

김 감독과는 세 번째 호흡이다.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2007), ‘최종병기 활’(2011) 등으로 인연을 맺은 지 꽤 오래다.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 역은 큰 부담이었다. 김 감독의 설득 끝에 붓과 활이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판옥선 위 전투를 지휘하는 공간인 장로에 혼자 서있으면 정말 모든 게 잘 보여요. 전투 지휘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죠. 반대로 이야기하면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 지나가는 주민들도 저만 보고 있어요. 처음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 국민이 위인으로 숭상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니 서 있기조차 힘들고 이유 없이 부끄러웠어요.”


“김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 저라는 배우의 기질을 많이 고려했던 것 같아요. 수군을 대하는 태도, 이순신 장군이 등장할 때 정서, 그리고 박해일과 이순신 장군이 가지고 있는 기질을 잘 녹여낼 수 있는 표현들이나 지문들, 대사의 질감과 상황 등 감독님이 많이 고려해 주신 부분이 있어요. 학자들은 이순신 장군이 말수도 적고 감정 표현도 안 드러나는 부분이 있고 선비 같은 기질이 분명히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무인의 기질을 가져가되 이런 부분을 살렸으면 좋겠다고 했죠. 서로의 의견을 가능한 많은 부분 흡수해 주신 것 같아요.”



[인터뷰]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이 만난 새로운 도전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작품에서 박해일의 대사는 매우 적다. 대신 눈빛과 몸짓, 분위기만으로 관객을 설득해야 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도 항상 그림자처럼 장군의 기운이 묻어있기를 바랐다.


"적은 대사지만 임팩트 있게 한 번에 응축해서 해내야 했어요. 대사만큼 중요한 감정을 담아서 눈빛으로 관객에게 실어 보낸다든가, 호흡이나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도 하나의 대사였거든요. 드라마의 앞뒤 상황의 문맥을 감안하고 보여줘야 잠깐 등장하는 얼굴 표정 하나만으로 그 장면의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데, 그 부분에 적응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관객들이 (같은 장면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을) 어떻게 볼 지가 가장 궁금해요. 기본적으로 그 부분을 항상 신경 썼어요. 그 상황에 맞는 시기적절한 감정을 운용하려고 했는데 어렵더라고요. 안 하는 것처럼 보이되 연기를 하고 있어야 했죠.”



[인터뷰]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이 만난 새로운 도전

촬영 방식도 생소했다. 해전 장면을 바다에서 촬영하지 않고 CG로 구현해낸 것. 3,000평 규모의 강원도 강릉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이 VFX 세트장으로 바뀌었다. 오랜 배우 생활을 했던 박해일에게도 첫 경험이었다.


“큰 무대 세트에서 최소한의 무대 세팅으로 하는 연극을 한 적이 있는데,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게 해야 했어요. 그런 방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낯선 것을 줄여나가면서 익숙하게 대하고자 했습니다. CG가 아무리 좋아도 배우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으면 장면이 따로 놀게 되잖아요. 그 부분을 경계했어요. 초반에 CG 팀에서 시나리오 애니메틱 스토리보드를 만들었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고 작품 촬영을 시작한 거죠. 감독님 입장에서는 모든 스태프와 하는 하나의 짜인 대화였고 배우 입장에서는 앞으로 내가 연기해야 할 주변 배경부터 인물의 동작, 앵글에서 움직이는 것을 알려주는 지침서 같은 게 준비돼 있었던 거예요.”



[인터뷰] '한산: 용의 출현' 박해일이 만난 새로운 도전

도전의 도전을 거듭하며 부담감이 엄습했지만 의외로 흥행에 대한 부담은 적었다. ‘명량’이 부동의 관객 수 1위라는 것에 대한 압박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모든 도전의 숙제를 끝낸 지금이 흥행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이순신 장군이라는 존재를 익히 알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도 있겠지만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전 세계 제독만큼 충분히 훌륭한 제독이 조선시대에, 우리 나라에도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알리기에 충분한 작품이고요.”


“손꼽을만한 승리한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자긍심’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볼 때는 영화 자체로 스트레스 푸시고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시원한 액션 전투 영화로 즐겨주세요.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니 그 당시의 비수(悲愁), 우리나라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진지함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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