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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이달 초 내놓은 보고서에서 3월 토마토와 딸기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각각 -2%, -4%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다. 파프리카(-7%)와 애호박(-8%)도 출하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10개 과채 항목 가운데 3월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이 8개다. 대파와 건고추 값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농산물 가격 폭등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주요 과채류의 출하량이 이달에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10일 농경연에 따르면 이달 토마토 도매가격이 2만 3000원(5㎏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9%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평년에 비해 51.8% 비싸다. 딸기와 참외 도매 예상 가격은 각각 2만 2000원(2㎏ 기준), 8만 5000원(10㎏ 기준)이다. 평년 대비 각각 33.1%, 20.9% 높다.
채소 값도 상승세다. 이달 대파 도매가격은 1㎏당 2950원으로 전년 대비 50.5%, 평년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전년 대비 170% 늘어난 4544톤의 대파가 지난달 수입됐음에도 나온 결과다. 냉동만 수입이 가능한 딸기도 2월에 전년(818톤)보다 많은 1117톤을 중국과 페루·이집트 등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정부는 사과와 배 같은 주요 생과일은 검역 문제로 당장 수입할 수 없으니 국민들에게 참고 기다리라는 메시지만 반복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7일 “사과와 배는 햇과일 출하 전까지 가격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신 농식품부는 ‘과수 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단기적으로 재해 예방 시설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온 변화로 인한 재배 지역 변화에 생산성이 높고 기계화가 가능한 곳을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당장은 대체 과일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근본 대책을 고민할 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월 물가 상승률(3.1%) 중 농축수산물 기여도가 27.3%에 달한다. 농수산물 가격을 잡지 않고는 2%대 회귀가 어렵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에 과일 생산량이 감소세다. 과일 재배 면적은 2000년 17만 2090㏊에서 2022년 15만 8830㏊로 감소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사과 주산지인 영남의 재배 지역은 지난해 전체의 71%로 2000년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사과만 해도 부사 위주의 단조로운 품종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넘어간다고 해도 다음에 같은 일이 발생하면 또 과일을 안 먹어야 하느냐”며 “검역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