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자동차 메모리 시장 1위를 겨냥한 삼성전자(005930)가 2027년 차량용 고대역폭메모리(HBM)4E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자율주행 고도화와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차량 내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장에도 HBM이 필수화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덤핑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메모리 업계가 신뢰성이 강조되는 자동차 전장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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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 시간) 삼성전자는 미 실리콘밸리 삼성 반도체 미주총괄(DSA)에서 개최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자동차 전장 포럼 2024’에서 2027년을 목표로 한 차량용 HBM4E 도입 가능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계획은 5단계 완전자율주행 구현에 현재의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턱없이 부족해 2027년 이후로는 HBM 적용이 필요하다는 완성차 업계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자율주행 수준이 높아질수록 시각 인식을 비롯한 실시간 AI 연산도 급증한다. 핸들에서 손을 뗄 수 있는 3단계 ‘제한적 자율주행’에 필요한 처리량은 100TOPS(초당 1조회 연산)에 불과하지만 5단계 완전자율주행에는 5000TOPS 이상의 연산량이 요구된다.
연산량을 감당할 고성능 D램도 필요하다. 3단계 자율주행에는 70GB(기가바이트) D램과 초당 200GB의 대역폭이면 충분하나 5단계 완전자율주행에 필요한 D램 용량과 대역폭은 각각 200GB, 초당 2TB(테라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차량에 쓰이는 모바일용 LPDDR을 넘어선 HBM이 필요한 이유다.
차량에 속속 도입될 예정인 생성형 AI 또한 D램 사용량을 높이는 요소다. 이날 키노트에 나선 SK하이닉스는 “AI 매개변수(파라미터)가 10억 개 늘어날 때마다 D램을 0.4~0.5GB 더 사용해 초소형 생성형 AI 모델 ‘라마 7B’만으로도 3~4GB의 D램이 추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고급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810억 달러 선이던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0년에는 1640억 달러로 늘고 이 중 13.6%인 223억 달러 가량이 D램과 낸드를 포함한 메모리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2033년이면 3~5단계 자율주행에 쓰이는 HBM 등이 전체 차량용 D램 수요의 40%가량을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고장이 대형 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는 안전성과 신뢰성이 생명이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 후발주자 대비 강점을 지닌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DDR4 등 구형 반도체 시장에서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중국 업체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량과 로봇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 초격차를 벌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