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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 온기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 국내 증시가 다음 주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를 발판 삼아 반등을 시도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 지수는 이틀간 17.96포인트(0.70%) 상승한 2593.37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국내 증시는 해외보다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 닛케이 지수와 홍콩 지수는 빅컷 이후 2거래일 동안 각각 3.60%, 3.33%씩 오르며 코스피 상승률을 상회했다. 미국 나스닥(NASDAQ) 지수 역시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 이후 18~19일(현지 시간) 이틀 동안 2.19% 올랐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도 각각 1.40%, 1.01%씩 상승하며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코스닥 지수가 2일 동안 2.06% 오르며 선방했지만 올 들어 코스닥 지수가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코스피 지수가 빅컷의 수혜를 누리지 못한 데는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탓이 컸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모건스탠리는 분석 보고서를 SK하이닉스(000660)의 목표 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무려 50% 넘게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의 목표 주가 역시 기존 10만 5000원에서 7만 6000원으로 30% 가까이 낮췄다. 일반 D램 가격이 스마트폰과 PC 수요 감소로 떨어지고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수요 대비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국내 증권사들을 비롯해 일본 노무라증권 등에서 이에 대한 반박 보고서를 내며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는 2거래일 동안 각각 3.50%, 2.17%씩 감소하며 코스피 지수 상승폭을 제한했다.
증권 업계는 오는 25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4분기(6~9월) 실적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AI 고점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투자자 불안이 가중된 만큼 실제 수치를 확인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 중에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향후 업황을 전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모건스탠리의 한국 반도체 투자 의견 하향 리포트 이후 실제로 스마트폰과 PC 수요 감소 영향과 HBM 공급 과잉 가능성에 대해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커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지수 예상 범위를 2520~2670포인트로 제시했다. 지수 하락 요인으로는 반도체 고점 우려를 꼽았다. 최근 해외 증권사들이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치를 기존 시장 기대치보다 낮게 내려 잡고 있어 여전히 AI 고점 우려가 잔존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시티그룹은 마이크론이 4분기 매출액 75억 달러(약 10조 원)와 주당 순이익 0.89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인 매출액 76억 5000만 달러와 주당 순이익 1.11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곧 있을 국내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 발표도 불안 요인이다. 김 연구원은 “원화 강세로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와 같은 환율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3분기 실적 모멘텀이 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수 상승 요인으로는 빅컷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완화를 꼽았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로 수혜를 입고 있는 헬스케어, 2차전지, 금융 업종들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 다음 주 예정된 연준 위원들의 연설에서 매파 위원들이 빅컷에 동의한 배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기류를 유지 시켜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