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레미아가 조만간 유상증자를 재추진한다. 에어프레미아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연말 신용평가 등급 개선을 위해서라도 유상증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는 11월 초 이사회를 열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선다. 규모는 500억 원 안팎이 거론된다. 에어프레미아 유상증자는 최대주주 AP홀딩스(지분율 46%)의 반대에 번번이 가로막혀왔다. 이달 18일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철회한 데 이어 24일 이사회에서도 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안건이 부결됐다. 2대 주주 JC파트너스(22%) 등은 이번에도 AP홀딩스가 반대할 경우 ‘배임죄 고소’까지 검토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부분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 중인데 연말까지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완전자본잠식 가능성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에어프레미아의 자본총계는 263억 원(자본금 1468억 원)으로 올해 당기순손실 규모가 이를 넘어설 경우 완전자본잠식에 빠진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항공사가 50% 이상 부분 자본잠식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국토부는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자본잠식률이 개선되지 않으면 항공운송사업 면허까지 박탈 당할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248.2%로 항공업 평균(300~500%)을 크게 상회한다.
현재 에어프레미아 이사회는 AP홀딩스 측 4명, JC파트너스 측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과반을 차지한 AP홀딩스 측이 최근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로 올라설 대명소노그룹의 지분율 확대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반대한다는 게 중론이다. AP홀딩스의 자금력이 대명소노그룹에 비해 뒤처지는 점도 유상증자 반대 이유로 꼽힌다.
에어프레미아가 500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지분율에 따라 AP홀딩스(46%)는 230억 원을 출자해야 한다. AP홀딩스는 내년 JC파트너스와 대명소노그룹의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당장 내년 4월 대명소노그룹은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AP홀딩스 지분을 인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쩐의 전쟁’이 임박한 셈이다. 이 외에 회사 신용등급 개선을 막아 기업가치 하락을 유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는 연내 유상증자 성사 여부가 에어프레미아의 향후 경영권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P홀딩스는 11월 초 이사회에서도 유상증자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배임죄 고소 등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다. 특히 에어프레미아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경우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AP홀딩스가 유상증자에 찬성하게 되면 230억 원(지분율 46%)가량을 출자해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법적 리스크를 고려해 결국 유상증자에 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사회 구성 변경이나 경영진 교체 등을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도 제기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AP홀딩스가 항공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단기 유동성 확보에 협조하되 장기적으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다양한 카드를 준비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