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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에 한 번씩은 해저케이블 산업에 투자하고 싶다는 국부펀드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등 사업 타진을 원하는 지역과 국가들도 다양합니다.”
이상호 LS에코에너지(229640) 대표이사는 최근 서울 용산구 LS타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2030년까지는 회사 실적이 계속 우상향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말 LS전선아시아에서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 LS에코에너지는 기존 주력 제품인 초고압 케이블에 더해 신성장 동력인 해저케이블을 업고 3분기까지 매 분기 연속 실적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7000억 원이던 매출을 2030년까지 1조 8000억 원으로 2.5배가량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해저케이블 공장은 3분기부터 이미 4년 치 물량이 꽉 찬 상태”라며 실적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1995년 LG증권에 입사한 후 LG증권 런던법인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회계법인 KPMG의 뉴욕지사를 거친 ‘재무통’이다. 2009년 LS전선의 미국 출자사인 사이프러스 CFO를 맡으며 전선업에 발을 들였고 2017년부터 LS전선 CFO를 맡았다. 지난해부터는 LS에코에너지 대표에 취임한 후 LS전선 소재 자회사인 에코첨단소재와 한국미래소재까지 3개 회사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그런 만큼 취임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은 국내외를 바쁘게 누비며 빠르게 흘러갔다.
이 대표는 “본사 사무실에 더해 경상북도 구미와 전라북도 군산, 경기도 안양 등 전국에 5개 넘는 사무실을 옮겨 다니며 업무를 보고 있다”며 “LS에코에너지 공장이 있는 베트남도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재무통인 그가 여러 자회사 대표의 직함을 맡게 된 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적기 투자’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해저케이블은 바다 밑에 매설하는 전선 제품으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수백~수천 ㎞ 멀리 떨어진 지역 간 전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많은 국가들이 해상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에 주목하는 만큼 해상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각지에 공급하기 위한 해저케이블 수요는 그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
해저케이블 제품 특성상 생산 거점 현지화 여부가 사업의 수익성을 결정한다. 이 대표는 “전선의 형태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생산 기계 설비를 40~50년씩 쓸 수 있다”며 “대신 운반비가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생산 거점을 빠르게 지을 수 있도록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신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LS에코에너지는 현재 베트남과 영국에서 해저케이블 신사업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1996년 베트남 하이퐁시에 전력케이블 생산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현지 케이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생산 역량은 없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국영 석유 가스 기업 페트로베트남그룹의 자회사인 PTSC와 손을 잡고 해저케이블 공장 설립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PTSC와 베트남 남부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싱가포르로 송전하는 사업에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영국에서는 에너지 투자사 글로벌인터커넥션그룹(GIG)과 함께 6월 해저케이블 공장을 짓기 위해 북동부 타인항 인근 토지 임대를 위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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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들이 닻을 올리면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지역 공략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 권역 사업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5월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2030년 6GW에서 2050년 91GW로 15배가량 늘리겠다는 정책 청사진을 발표했다. 베트남은 해저케이블을 통해 싱가포르와 라오스 등 주변 아세안 국가로 전력 수출이 용이하다는 지리적 장점도 지니고 있다. LS에코에너지는 지난 30년간 베트남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현지에서 높은 경쟁력과 신뢰성을 구축한 만큼 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 세계 풍력발전단지 중 75%가 집중된 유럽 역시 풍력발전 용량이 2020년 25GW에서 2050년 640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대형 해저케이블 프로젝트들도 산재해 있다.
이 대표는 “PTSC가 이달 1.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발전 사업권을 따냈고 싱가포르 정부에서도 해당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한 만큼 바로 투자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영국의 경우 연내 투자 부지 협상 마무리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 현지화에 성공한다면 경제성을 확보해 영국은 물론 인근 국가들까지 해저케이블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큰 호재는 대규모 투자에도 공급과잉 우려가 없다는 점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유럽은 해상풍력발전 규모를 지난해 30기가와트(GW)에서 2050년 300GW 규모까지 확대하면서 해저케이블 공급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도 2030년 연간 410㎞의 해저케이블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대표는 “‘전기화’ 시대에 해저케이블 시장은 2050년까지 쇼티지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산업 특성과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전 세계 공급자는 5개 회사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리스크 없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탈중국’ 기조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 요소다. 미국과 유럽연합(EU)·대만 등 해저케이블이 수출되는 주요 시장에서는 대부분 중국 기업을 배제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을 매설하는 과정에서 해저 지형, 해저 통신망, 해군 훈련과 경비 구역 등 국가 안보 관련 정보가 노출될 수 있고 해저케이블을 통한 도·감청, 데이터 탈취 등 안보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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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아직도 먹히는 것이 해저케이블 시장이라 단순히 가격을 낮춘 중국 기업들이 공략하기 어렵다”며 “안보 이슈에 더해 전선이 단선되거나 불이 나면 피해 금액이 천문학적인 만큼 품질이 가격을 뛰어넘는 선택 기준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역별로 반사이익의 형태는 다양하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중국산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중국 외 국가의 지중 배전 케이블 판매가 급증했는데 이 물량을 LS에코에너지가 상당수 흡수했다. 그 결과 올해 LS에코에너지의 미국향 랜(UTP) 케이블 매출은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에선 주요 빅테크와 통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중국 외 지역에 구축하려는 시도가 초전도·통신 케이블 등의 제품 공급 확대로 이어졌다.
중장기적으로는 모회사인 LS전선과의 시너지 효과도 노린다. LS전선의 해외 생산 법인과 영업망을 활용해 주력 제품을 판매하는 ‘크로스 셀링’ 전략이다. LS전선은 현재 해외 법인 LS그린링크를 통해 1조 원 규모의 미국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LS에코에너지의 아세안·유럽 진출에 모회사의 북미 진출까지 합쳐지면 글로벌 해저케이블 공급망을 대부분 확보한다.
이 대표는 “LS전선의 글로벌 영업망을 통해 LS에코에너지의 케이블 공급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현재 덴마크와 싱가포르에서 초고압 케이블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협력 경험과 네트워크는 향후 영국과 베트남에서의 해저케이블 사업 추진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초고압 케이블 생산 인프라 확장과 아시아 지역 제조 역량 강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제품 다각화에도 전략적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