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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야심 차게 도입한 코스닥벤처펀드의 설정액이 지난 3년간 5500억 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이 바뀌면서 혜택 제공 지속 여부가 불분명해지는 등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그나마 장점이던 높은 수익률도 올 하반기 들어서 공모주 시장이 침체에 빠지며 부진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수익률 면에서 해외주식형 상품을 따라잡을 수 없는 코벤펀드가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7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벤펀드 18개의 총설정액은 3349억 원이다. 2021년 말 기준 8839억 원 대비 60% 넘게 줄어든 수치다. 설정액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 숫자도 2021년 말 3개에서 올해 5개로 늘어났다.
코벤펀드는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코스닥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조성된 펀드로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지 7년이 지나지 않은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종목 편입에 제약이 있는 대신 투자자에게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세제 혜택(3년 이상 투자할 경우 인당 3000만 원까지 10% 소득공제)도 함께 제공한다.
다만 정권 교체 이후 혜택 지속 여부가 불분명해지면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금융 당국이 공모주 우선 배정과 소득공제 혜택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하기는 했으나 공모주 우선 배정 물량을 기존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하며 투자자 불안을 더 키웠다. 이에 2022년 한 해 22.71%였던 설정액 감소율은 지난해 31.62%까지 치솟았다. 연말까지 두 달 정도를 남겨놓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감소율이 벌써 30%에 육박한 상황이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3년도 보장하지 못하는 시한부 펀드를 갖고 있으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올 상반기 공모주 시장 활황으로 선방했던 수익률도 하반기 들어서 부진한 모습이다. 이날 기준 코벤펀드 18개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3.42%로 배당주 펀드(10.18%)나 해외주식형 ETF(27.56%) 등 경쟁 상품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코벤펀드가 유지되려면 혜택 제공이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은 “벤처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이라며 “일몰 규정을 아예 없애버리고 혜택 제공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