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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소재인 은(Ag) 에천트 국산화에 성공했다. 17년동안 일본 소재회사가 독점해왔던 공급망을 국내 회사와 협력해 이원화한 점이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부터 자사 OLED 라인에 이엔에프테크놀로지(102710)의 Ag 에천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국내 소재 전문 업체로, 삼성디스플레이 OLED 라인에 다양한 화학 소재를 공급해왔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부터 자사 연구개발 실적에 '중소형 OLED용 Ag 에천트 개발'을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소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양산 라인에 본격적으로 투입됐다고 대중에게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Ag 에천트는 OLED 공정의 핵심 소재다. 통상 OLED 디스플레이에는 빛의 '반사판' 역할을 하는 은(Ag)막을 배치한다. Ag 에천트는 이 막을 얇게 가공할 때 활용하는 소재다. 은막을 일정한 두께로 깎아내야 하기 때문에 성능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 월간 수십~수백 톤 수준의 제품이 OLED 라인으로 공급돼야 하기 때문에 생산성까지 보장돼야 한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의 Ag 에천트 공급망을 독점해왔던 회사는 동우화인켐이다. 이 회사는 국내에 법인을 두고 있지만, 일본의 유력 화학소재 회사 스미토모화학이 100% 지분을 투자해 세운 자회사로 사실상 일본계 회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회사는 2007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에 Ag 에천트를 처음으로 공급하기 시작해 17년 째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동우화인켐의 제품을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소재로 완전하게 대체하지 않고 공장 별로 나눠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급을 국내 디스플레이 소재 생태계의 쾌거로 분석하고 있다. 고성능 소재 분야에서 상당히 강한 면모를 띄고 있는 일본 업체의 경쟁력을 토종 업체가 따라잡은 것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OLED 공정에 쓰이는 소재는 이전보다 연구개발(R&D)이 까다로워져서 기존 공급망에 진입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Ag 에천트가 경쟁사 제품의 가격·성능 면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공급망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