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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이달 8일 5500억 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장 마감 후 기습적으로 공시한 이수페타시스(007660)에 대해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유증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조달 자금 대부분이 본업과는 무관한 2차전지 기업 제이오(418550)의 지분 인수에 쓰일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이수페타시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6만 2000원에서 3만 5000원으로 43.5% 하향했다. 같은 날 키움증권과 BNK투자증권도 목표가를 각각 7만 5000원에서 4만 5000원으로, 6만 원에서 3만 5000원으로 40%가량 낮췄다. 앞서 11일 메리츠증권의 목표가 하향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목표가를 5만 4000원에서 3만 2000원으로,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보류’로 낮춘 바 있다. 유증 배경에 대한 분석이 완료되고 나면 다른 증권사들의 추가 하향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수페타시스는 8일 주주 배정 유증으로 현 발행주식 수의 31.7%에 달하는 2010만 주의 신주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이 중 2500억 원은 본업인 고다층인쇄회로기판(MLB)의 설비 투자에, 2998억 원은 제이오의 지분 인수에 쓸 계획이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락으로 유증으로 조달할 자본이 5500억 원에서 4000억 원 규모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제이오 인수를 위한 3000억 원은 확정된 상수이기 때문에 이는 곧 MLB 시설 투자 금액 축소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은 현재 캐즘(일시적 성장 둔화)을 겪고 있으며 특히 제이오의 주요 고객사는 장기 공급계약이 취소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인수 결정 과정에서 구체적인 검토 내용과 제이오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박 연구원은 “2차전지 특수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가 향후 반도체 펠리클(보호 박막)·항공 등 응용처가 확대될 잠재력이 가시화하는 시점은 2027년 이후”라며 “제이오의 올해 실적은 영업손실을 겨우 면할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의 잇단 부정적 평가에 이날 이수페타시스는 4.88% 하락한 2만 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증 계획을 발표했던 8일 종가 기준 3만 1750원에서 29.45% 하락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