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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지역 금융사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과 생존이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공감과 연결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역 금융사로서 지역 경기 회복, 지역 중소기업 경영 부담 완화 지원처럼 BNK금융만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빈대인(64·사진) BNK금융그룹 회장은 19일 서울시 중구 부영태평빌딩 BNK금융그룹 서울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역 금융사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역 경제의 미래 성장에 대해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빈 회장은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 부산으로 유학 온 후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부산에서 다녔다. 대학 졸업 이후 1988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현재까지 36년간 ‘BNK인(人)’으로 헌신하고 있다. 걸쭉하면서도 다정하게 느껴지는 그의 사투리 속에서 ‘부산 사나이’ 특유의 지역 사랑과 무서움을 모르는 도전 정신이 함께 전해졌다.
사실 BNK금융을 비롯해 지역 금융사들이 처한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저출생과 수도권 과밀에 따른 지방 소멸 현상이 지역 금융사의 ‘먹거리 고갈’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내 인구 감소와 기업의 이탈로 인한 경기 침체 장기화 국면이 시작된 지 오래다. 지역 경제 위축만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최근에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지역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있어 경쟁이 격화하는 실정이다.
지역 금융사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대구은행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고 인터넷을 통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광주은행은 토스뱅크와 협업하며 공동 대출 상품을 출시해 역시 영업 구역을 전국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다른 지역 금융사들의 생존을 위한 변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빈 회장이다. 하지만 그가 부산 사나이 같은 뚝심으로 지켜내고 있는 경영 전략은 공감과 연결로 지역 금융사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제 BNK금융은 총 18조 원 규모로 지역 시장경제 활성화와 중소기업의 지속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BNK금융 그룹사 공동으로 부동산 정상화 펀드를 조성하고 가덕도신공항 관련 인프라 개발 업종에 대한 금융 지원과 조선업 선수금 환급 보증(RG) 발급을 확대하는 등 지역 특화 산업 육성이 주요 지원 분야다. 빈 회장은 “BNK금융이 지역을 기반으로 고객·직원·주주들의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의 동반 성장에 이로운 연결 고리가 되자는 것이 핵심 경영 전략”이라며 “부울경 지역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빈 회장의 시선이 향해 있는 ‘부울경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은 뭘까. 현재 부산에서는 KDB산업은행 본점 이전 추진을 비롯해 가덕도신공항 개발, 북항 재개발 등 굵직한 개발 사업이 가시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빈 회장이 첫손에 꼽은 가능성은 가덕도신공항이다. 단순한 공항이 아니라 물류 사업 등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는 부산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게 빈 회장의 판단이다. 정부와 부산시도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비 9640억 원을 이미 반영했다. 부산시는 신공항과 물류산업단지를 연계한 비즈니스를 지원해 물류 인프라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빈 회장은 “지역의 재도약 발판에 BNK금융의 성장 기회도 함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지역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금융 지원으로 지역과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부울경 경제 동맹을 통한 도약이다. 정부는 부산·울산·경남이 각각 보유한 강점을 기반으로 거대한 경제 공동체를 형성해 새로운 지역사회 발전 모델을 제시하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균형발전’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메가시티’로 불리는 지방 초광역권에 거점을 조성하고 광역 교통망을 확충해 수도권 수준의 생활권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역이 주도하는 ‘초광역권 계획’을 수립해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20∼2040년)에 반영할 예정이다. 현재 BNK금융이 자리 잡은 지역에도 광역 단위의 행정 통합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다. 빈 회장은 “현재 추진 중인 부울경 초광역 경제 동맹, 부산·경남 행정 통합 등의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에 이미 부울경 지역 경제 전체에 자리 잡은 BNK금융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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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전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지역에서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영업 구역만 넓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빈 회장은 대내외 경제 상황에 불확실성이 만연한 가운데 보폭을 넓히기보다 가까운 곳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울경 지역에 집중한다는 것이 해당 지역에 매몰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전통적 영업 방식과 사업 모델만을 고수한 채 영업 구역만 넓히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선 지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부울경 외 지역에서도 영업을 잘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빈 회장은 지난해 3월 BNK금융 회장에 취임했다. 2026년 3월 임기까지 1년 반가량이 남았다. 취임 이후 본연의 내실 강화를 위해 은행·캐피털·증권 등 자회사별 핵심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강조해왔다. 취임 첫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진으로 다소 흔들렸지만 올해는 반전에 성공했다. 올 1~3분기 누적 BNK금융의 순이익은 70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올 3분기 순이익은 212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다. 최근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계획도 발표했다. 자사주 소각 등 주당 배당금을 확대하고 3년 내 주주환원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이다. 취임 초기 검토했던 보험사 인수 계획은 중단했다. 빈 회장은 “경영권을 인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험사 지분 투자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한 것은 맞다”면서도 “보험사 인수는 현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고 선을 그었다.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지만 ‘부산 사나이’의 뚝심은 여전하다. 내년에도 고객 중심 경영 강화와 지역 경제와 동반 성장을 위한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경영 방침을 이어갈 계획이다. 빈 회장은 “초개인화된 고객 분화에 맞춰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지역 특화 산업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해 지역과 그룹의 성장 동력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해양·물류·항공 등 지역 특화 산업을 집중 지원해 부울경 지역 동반 성장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빈 회장은 또 다른 내년 핵심 사업으로 부산은행·경남은행 ‘투 뱅크’ 체제의 비효율성 개선과 디지털 전환을 꼽았다. BNK금융은 2014년 경남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해 부산·경남은행을 각각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재 두 은행은 서로 다른 전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낭비되는 비용은 연간 1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비용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인공지능(AI) 도입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빈 회장은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는 투 뱅크 체제는 운영상의 비효율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모두에게 마이너스”라며 “큰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전산 시스템 표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효율성 개선 방안에 대해 깊게 고민 중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조태형 기자
◇He is…
△1960년 경남 남해 △경성대 법학과(학·석사) △1988년 부산은행 입행 △2008년 부산은행 경영혁신부 부장 △2009년 부산은행 인사부 부장 △2012년 부산은행 사상공단지점 지점장 △2013년 부산은행 북부영업본부 본부장 △2014년 부산은행 경남지역본부 부행장보 △2015년 부산은행 신금융사업본부 부행장 △2017년 부산은행 은행장 △2023년 BNK금융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