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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상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포함할 경우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경영 활동마다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SK·현대차 등 16개 그룹 사장단이 2015년 7월 이후 처음으로 긴급 공동성명을 통해 상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상법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법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이나 자본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의사결정이 굉장히 지연될 수 있고 재계에서는 소송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국 투기 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기업가치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이날 상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지만 정부가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상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개정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러는 동안 다른 부처들은 침묵했고 어느새 논의의 주도권은 야당이 가져갔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 추진을 당론으로 정하고 해당 법안을 여러 건 발의한 만큼 정책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는 중에도 두산 지배구조 개편, 고려아연 유상증자 등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지속된 만큼 추가적인 소액주주 보호 방안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이에 김 위원장은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기존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우선 배정하는 방안 등을 거론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계열사 간 합병에서도 합병 산식을 자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지배구조 문제가 제기됐던 합병·분할 사례와 관련해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증시 폭락을 대비한 증권시장안정펀드 등 안전판이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는 1990년·2004년·2008년·2020년·2022년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증안펀드를 도입한 바 있다. 다만 2020년과 2022년에는 10조 7600억 원 규모로 조성했으나 실제로는 집행되지는 않았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후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전날 오후 6시 기준 24시간 거래 규모는 25조 3200억 원으로 이달 22일 유가증권시장(8조 172억 원)과 코스닥시장(7조 9967억 원)을 합한 것보다 10조 원 가까이 많다. 김 위원장은 “가상자산은 실질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들이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쪽에 거래량이 더 많은 데 대해서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공화당이 발의한 법안과 같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삼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제 미국 정책이 나오는 것을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조금 먼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사태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엄중한 인식 하에 결과를 지켜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을 경우 엄정하게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손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에서 잇달아 터지고 있는 금융 사고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있다”며 “회사 내부 통제 시스템으로 적발과 예방이 이뤄져야 하는데 두 측면에서 완전하지 못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