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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바우히니아

  • 문성진 수석논설위원
  • 2024-11-25 20:29:45
  • 사내칼럼
[만파식적] 바우히니아

찜통 더위가 한창이던 2019년 8월 말 홍콩에서는 검정색 꽃그림 문신을 몸에 새기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당시 ‘범죄인인도법안’을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석 달가량 이어지면서 홍콩 젊은이들 사이에 2014년 ‘우산혁명’을 상징하는 우산 그림과 함께 홍콩의 상징 꽃인 바우히니아를 팔다리와 목 등에 새겨 반중(反中)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졌다.


바우히니아는 중국 원산인 ‘자형(紫荊)’과 닮았다고 해서 ‘양자형(洋紫荊)’으로 불린다. 홍자색 꽃이 피는 양자형은 한국의 박태기나무와도 겉모습이 비슷하다. 바우히니아의 꽃말은 ‘우애’다. 중국은 1997년 7월 1일 홍콩 반환과 동시에 빨간색 바탕에 흰색 바우히니아를 그려넣은 ‘양자형기’를 홍콩 특별행정구의 깃발로 삼았다. 바우히니아 꽃잎 속의 별 5개는 중국의 오성홍기를 떠올리게 했다.


바우히니아가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 24일자 기사에 등장했다. 한 홍콩 주민이 중국군 강습상륙함 하이난함의 홍콩 입항을 축하하며 “바우히니아가 영원히 만개하고, 조국과 홍콩의 내일은 분명히 더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강습상륙함은 헬리콥터 여러 대가 동시 이착륙할 수 있는 대형 비행갑판을 갖춘 함정이다. 하이난함의 이번 입항은 자유를 바라는 홍콩인에게 위압으로 받아들여질 것이 분명한데도 중국은 홍콩 민심을 정반대의 시각으로 왜곡해 묘사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바우히니아의 꽃말 ‘우애’가 무색하게 홍콩 주민들을 억압하고 있다. 홍콩의 정치·경제적 자치를 보장해주겠다는 ‘일국양제’ 약속은 무너진 지 오래다. 중국은 2020년 7월 1일 국가 분열 행위 등을 최대 종신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을 시행했고, 2021년에는 홍콩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인단 구성을 전면 개편해 민주파 정당 인사가 참여할 여지를 없애버렸다. 중국의 탄압으로 정치·경제적 자유가 말살된 홍콩에서는 유력 기업인들과 지식인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을 겨냥해서도 장기간 가혹한 ‘사드 보복’을 해왔다. 홍콩에 강습상륙함을 보내며 “바우히니아” 운운하는 중국의 무뢰배 행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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