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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7시 10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이른 아침임에도 지하철 플랫폼에는 출근에 나선 직장인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다 이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이날 오전에 서울 전역에 내린 폭설로 인해 평소보다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는 직장인 정 모(34) 씨는 역사에 시민들이 몰린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조금이라도 짧은 줄을 찾기 시작했다.
정 씨는 “어젯밤에 눈이 오는 모습을 보고 출근 시간을 앞당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찍 나왔다”며 “남들보다 출근이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인파가 점점 몰리고 있어 벌써부터 마음이 급하다”고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본격적인 출근 시간이 다가올수록 ‘출근 대란’이 현실화 되는 모습이었다. 평소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직장인들까지 폭설 소식에 지하철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8시 1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 도착하는 지하철은 모두 ‘만차’ 행렬이었다. 탑승하려는 시민과 하차하려는 시민이 뒤엉키면서 제 시간에 역을 떠나지 못한 탓에 연착도 이어졌다. “출입문을 닫을테니 뒤에 오는 열차를 이용해 달라”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수차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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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환승역의 혼잡도는 더욱 심각했다. 같은 시간 2호선과 4호선 환승역인 서울 동작구 사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열차가 도착하자 탄식을 내뱉었다. 문이 열리고 꽉 들어찬 탑승객들이 보이자 한 시민은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며 헛웃음을 내뱉기도 했다.
20여 명 정도 길게 줄서 있던 사람들이 하차 후에 탑승을 시도했지만, 절반도 타지 못한 채 지하철은 다시 만원이 됐다. 역사에는 연신 "안전선 밖으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음 열차에 탑승해주시길 바랍니다"는 내용의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사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손 모(53) 씨는 “역삼역으로 출근 중인데 눈이 와서 평소보다 10분가량 일찍 출발했다”며 “그런데도 오니까 평소보다 지하철 대기 인원이 2배는 되는 것 같아 서둘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사당역 인근 복지관에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인파관리 자원봉사에 나선 70대 이 모 씨는 “평소에는 정류장 신호등 신호가 바뀔 때마다 버스에서 200명 정도가 내려서 3번 출구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데 오늘은 300명이 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평소 오전에 인파가 몰리지 않던 지하철역들도 이날만큼은 붐비고 있었다. 오전 8시 30분 홍대입구역에도 만원 지하철이 잇따라 도착했고, 사람들은 열차 안에 몸을 구겨넣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신길역에서도 인파가 몰려 열차에서 한 때 “밀지 말라”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시민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 평소보다 답답함이 더했다”라며 “오죽하면 열차에서도 한 때 에어컨을 틀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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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의 경우 도로 사정으로 인한 지연이 발생하는 등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정류장에서 만난 장재권(71) 씨는 “용인 민속촌에서 매일 출근하는데 버스에 사람이 평소보다 많지는 않았다”라며 “민속촌서 여기까지 꼭 한시간 걸리는데 오늘은 10분에서 20분가량 더 걸렸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 모(29) 씨는 “버스에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서 눈 앞에서 5대나 보냈다”라며 “다행히 지각은 안했는데 서행하다보니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되고 밤사이 곳곳에 20㎝ 안팎의 큰 눈이 내렸다. 성북구와 강북구 등 동북권 일부 지역은 적설량 20㎝를 돌파했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서울시 또한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해 9685명의 인력과 1424대의 제설 장비를 투입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은 오전 출근길 인파가 몰리며 러시아워 운행을 9시 30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