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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전방위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호텔롯데도 지방 호텔을 중심으로 자산 유동화에 나선다. 롯데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 본입찰 결과 4곳이 뛰어드는 등 흥행하면서 이르면 이번 주 인수자를 확정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글로벌 부동산 자산운용사 한국 법인들과 총 6조 원 이상인 호텔롯데의 부동산 자산 유동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롯데호텔 울산을 포함해 서울에 위치한 호텔 등 최소 3곳이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부동산을 넘긴 뒤 다시 임대하는 세일앤드리스백 방식과 아예 호텔을 매각해 이를 재개발하는 방식 등을 모두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는 지방 소재 호텔과 서울의 4성급 이하 비즈니스호텔을 중심으로 유동화 대상을 고심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국내외에 총 31개의 호텔과 리조트 3곳, 골프장 2곳을 롯데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이미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재임대하고 있다. 롯데가 소유하고 있는 호텔과 리조트·골프장과 놀이시설은 국내 12곳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와 쇼핑을 포함한 전체 그룹의 자산 유동화 계획을 28일 개최되는 투자설명회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
호텔롯데가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자산 유동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며 부동산을 포함해 롯데건설·롯데렌탈 등 다양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자산의 경우 매각 후 기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데다 유동성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 우선순위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호텔롯데가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2조 3061억 원이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108억 원에 불과해 재무 부담이 큰 상황이다.
호텔롯데는 2분기 기준 보유 부동산 공시지가가 총 6조 736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이 중 일부를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지방에 있는 호텔 자산이 최우선 처분 대상으로 꼽힌다. 지방에는 울산롯데호텔과 부산롯데타운, 김해워터파크, 제주호텔과 골프장, 속초 리조트를 영업 자산으로 보유 중이다. 이들 자산의 일부는 호텔 외에 오피스텔 등으로 재개발할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이 설정돼 있다.
부동산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울산 같은 곳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많이 거주하고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S-OIL, 바스프 등 국내외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특히 호텔이 위치한 곳은 교통 인프라와 핵심 상권이 밀집한 핵심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호텔롯데 자산에 관심을 보이는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은 서울에 있는 자산을 함께 유동화 대상에 올릴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텔롯데 안팎에서도 서울에 있는 호텔 자산 중 5성급을 제외한 비즈니스 호텔과 L7 등 부티크 호텔은 호텔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도 매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면세 사업과 호텔 사업 양 날개 중 호텔 사업의 업황이 개선되면서 이들 자산에 관심을 갖고 먼저 호텔롯데에 매각을 제안하는 부동산 자산운용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호텔롯데의 면세 사업은 수년째 적자로 3분기에만 4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호텔 사업은 서울호텔 등 5성급 특급 호텔 위주로 선방하며 3분기에 386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부동산 운용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자산은 서울 소공동 서울호텔과 잠실 롯데월드와 함께 있는 월드호텔, L7홍대호텔, 마포시티호텔 등이다. 이 중 L7홍대호텔과 마포시티호텔은 유동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L7이나 롯데시티호텔 등은 과거 경영진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지만 호텔 업황이 최고급 호텔 위주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매각 후 재임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자산 중 가장 가치가 큰 부동산은 월드호텔과 롯데월드로 3조 8530억 원에 달한다. 롯데그룹은 수년 전부터 잠실 롯데월드 자리에 시니어 레지던스 등 다양한 신사업을 구상해왔다. 다만 서울 한복판에 있는 잠실 부지를 당장 유동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그룹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칠성음료의 서울 서초동 부지를 현장 점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땅의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초동 부지는 4만 2312㎡(1만 2799평) 규모로 과거 음료 공장 자리다. 2000년 공장을 이전하면서 물류창고와 영업소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강남역과 교대역 사이 강남대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버금가는 핵심 부동산 자산으로 꼽힌다. 이 땅은 개발 사업을 하기 위한 인허가와 관련해 기본적인 절차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땅 역시 개발 사업 등 그룹의 앞날을 위해 가장 끝까지 남겨둘 자산이라는 게 그룹의 입장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매각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유통군 부동산 자산을 담고 있는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롯데리츠)에 호텔 자산을 담는 방안 또한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롯데리츠는 현재 백화점과 마트 등 롯데그룹 자산을 포함해 자산 기준 총 2조 3000억 원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이미 L7강남의 가치를 3300억 원으로 평가하며 롯데리츠에 담기도 했다. L7강남은 전체 연면적의 약 62%를 호텔롯데가 2031년 말까지 장기 임차하는 구조다. 저층부 오피스는 공유 오피스 스파크플러스 및 정보기술(IT) 업체 등 다수의 임차인이 쓰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불황이지만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강남L7을 담은 롯데리츠는 이달 4일 실시한 유상증자 청약에서 경쟁률 101.16%을 기록하며 1472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다만 롯데리츠 주가는 상장 이후 저평가되며 시가총액 기준 9045억 원으로 자산가치보다 크게 낮다. 또한 코스피에 상장한 롯데리츠 자체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롯데그룹 외 다양한 부동산 자산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롯데그룹 자산만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급하게 팔기보다 일단 리츠에 자산을 담아놓고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시점에 매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