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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 번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발생한 지 어느덧 7개월이 지났다. 지난 4월 비트코인의 연간 공급량은 반감기를 거치며 기존 33만 개에서 16만 5000개로 감소했다. 과거에는 반감기를 거친 후 비트코인 가격은 최소 수백에서부터 많게는 수천 퍼센트에 이르는 상승세를 보이곤 했다.
올해 보여준 상승세는 과거에 비해서 다소 미미한 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사상 최초로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 돌파를 목전에 두는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긴 하나 역사적 기준으로 봤을 때는 강보합에 불과하다.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반적인 가격 방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달 동안 평상시에 비해 비트코인 가격 변동 폭은 다소 커졌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올해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는 점이다. 올해 금은 각국 중앙은행의 매수세와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의 예산 적자 규모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 속에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이 급등했다. 세계 각국 정부의 대규모 예산 적자는 전 세계 중앙은행의 완화 정책을 촉발하며 화폐 가치를 떨어뜨렸고 이는 상당수 투자자들이 화폐보다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의 가치를 더 높다고 여기게끔 만들었다.
금값 랠리는 향후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투자자들이 금을 사들인 이유는 향후 정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과거 비트코인 가격 역시 법정화폐 가치가 하락할 때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금리가 낮거나 0에 가까웠던 시기에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게다가 당시 비트코인은 그동안 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자산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첫 등장 이후 초기 6년 동안에는 다른 암호화폐 경쟁자들도 거의 없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아울러 비트코인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거래량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이후부터는 가격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일일 비트코인 블록체인 거래량이 증가하면 이는 가격 상승의 선행 지표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여전히 추가 가격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채굴자의 거래당 수익은 최근 몇 달 동안 예외적으로 낮았다는 점도 향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게 만든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채굴자에게 매칭 거래에 대한 대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간 이후 일정 시간 차를 두고 강세장이 이어졌다. 채굴자의 거래당 수익은 2011년, 2014년, 2018년, 2022년 등 주요 비트코인 약세장을 앞두고 급증한 바 있으며 수익이 낮은 수준으로 돌아온 후에도 새로운 강세장이 시작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 ETF 수요 증가, 신규 공급 창출 속도 감소, 거래 건수의 증가, 그리고 거래당 채굴자 수익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점 등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비트코인의 새로운 강세장을 위한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