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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 절반이 내년에 긴축 경영에 나설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300인 이상 규모의 기업에서는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답한 곳이 61.0%로 더 높았다. 기업 10곳 중 8곳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응답 기업의 65.7%가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 중 49.7%는 내년 경영 기조를 ‘긴축 경영’으로 정했다고 답했다. ‘현상 유지’와 ‘확대 경영’을 택한 비율은 각각 28.0%, 22.3%였다.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겠다고 답한 비율은 2019년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
긴축 경영을 택한 비율은 300인 이상 규모 기업(61.0%)이 300인 미만 규모 기업(45.7%)보다 15.3%포인트 높았다. 300인 이상 기업의 긴축 경영 응답은 2016년 조사 이후 가장 높다.
긴축 경영의 구체적 시행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전사적 원가 절감(66.7%)’이 가장 많았고 ‘인력 운용 합리화(52.6%)’가 뒤를 이었다. 내년 투자 계획과 관련해서는 가장 많은 39.5%의 기업이 ‘투자 축소’를 택했다. ‘올해 수준(35.0%)’ ‘투자 확대(25.5%)’ 등이 뒤따랐다. 또 내년 기업 경영상 주된 애로 요인으로는 ‘내수 부진(66.9%)’과 ‘인건비 부담 가중(64.0%)’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국내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응답 기업의 82.0%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다. ‘대중(對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 등으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7.5%에 그쳤다.
국내 경기회복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2026년 이후’ 응답이 59.8%, ‘2025년 하반기’가 28.0%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전망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1.9%로 집계됐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내수 부진, 높은 인건비 부담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대기업들의 ‘긴축 경영’ 기조가 특히 강화됐다”며 “내년 경기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만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