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267250)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본격 진출한다. 기존 주력 사업 부문인 조선과 에너지·건설기계에 더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신약 개발과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꺼내든 것이다. 이른바 ‘중후장대’로 불리는 중공업 분야 강자인 HD현대가 의약 회사로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최근 의학·약학 연구개발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자회사 ‘에이엠시(AMC)사이언스’를 신규 설립했다.
자산 총액 270억 원으로 HD한국조선해양이 100% 지분을 소유한다. 초대 대표는 HD현대그룹에서 바이오 사업 기반을 마련해왔던 부지홍 HD현대미래파트너스 대표가 맡았다. 부 대표는 셀트리온·보스턴컨설팅그룹·차병원그룹·한국아이엠에스헬스 등에서 일한 바이오 전문가로 2021년 12월 HD현대에 합류했다. HD현대는 에이엠시사이언스를 통해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HD현대 관계자는 “현재 몇몇 치료제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아직 내용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케어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할 때부터 눈독을 들여왔던 분야다. 정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이던 2018년 아산사회복지재단·카카오와 함께 국내 최초의 의료 빅데이터 기업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설립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100% 출자한 현대미래파트너스(현 HD현대미래파트너스)가 45%, HD현대그룹의 공익재단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이 5%,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50%의 지분을 투자했다. 2020년에는 바이오, 인공지능(AI), 수소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미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 부회장은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관련 논의를 진두지휘했다. 업계에서는 ‘오너가 3세’인 정 부회장이 HD현대중공업(329180)·HD현대오일뱅크·HD현대건설기계(267270) 등 주력 계열사와는 완전 동떨어진 사업 분야를 택해 본인의 이름을 건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HD현대는 2021년 238억 5600만 원을 투자해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회사인 메디플러스솔루션도 인수했다. 메디플러스솔루션은 ‘세컨드윈드’ ‘세컨드닥터’ 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암과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회사는 지난달 29일 교보생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인 교보신기술투자조합1호와 총 8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메디플러스솔루션은 이번에 확보한 재원을 활용해 맞춤형 건강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보험 상품과 연계한 사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HD현대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이라는 든든한 의료복지 재단의 존재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으로 꼽히는 아산병원은 아산사회복지재단 소속으로 의약품·의료기기·의료기술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HD현대가 이번에 설립한 에이엠시사이언스의 ‘에이엠시’는 ‘아산메디컬센터(ASAN MEDICAL CENTER)’에서 따온 것이다. HD현대는 의료법의 테두리 안에서 아산병원이 가진 연구 자원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HD현대는 앞서 2021년 신약 개발을 주 사업 목적으로 하는 암크(AMC)바이오를 설립한 바 있는데 이 ‘암크’ 또한 아산메디컬센터를 뜻한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의 중심에 아산병원이 자리잡은 셈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에 따라 설립된 공익재단”이라며 “난치성 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 사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