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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창업가 키우죠…입교 동기가 최고의 멘토"

◆양동민 청년창업사관학교장
토스·직방·뱅크샐러드 등 혁신기업 배출
입학 경쟁률 4대 1…10% 중도 탈락
노하우·경험·기술 공유가 귀중한 자산
창업 지원보다 기업인 육성 초점 둬
명확한 비전·실행 계획 없으면 취업을

”준비된 창업가 키우죠…입교 동기가 최고의 멘토'
양동민 청년창업사관학교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년창업사관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핀테크 기업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 직방, 식당 주문·결제 플랫폼 티오더, 비대면 의료 서비스 플랫폼 닥터나우, 자산 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


이들 정보기술(IT) 기업은 회사 대표가 1년 동안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창업가 과정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 토스와 직방은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총괄하는 양동민 교장은 6일 서울 구로구 글로벌 창업사관학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준비된 창업만이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취업이 안 된다고, 혹은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덜컥 창업하는 건 금물”이라고 말했다.


2011년 설립된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부설 기관으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청년 창업자를 발굴해 창업 전 과정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일괄 지원하는 곳이다. 회계와 마케팅, 인사 관리 등 기업 운영과 창업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배우고 사업 모델의 제품화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창업 때 최대 1억 원의 정책 자금도 받는다. 경기도 안산 본교를 시작으로 전국 18개 캠퍼스가 설치돼 해마다 900여 명의 창업가를 배출한다. 2020년에는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서울 구로구에 글로벌창업사관학교가 문을 열었다. 양 교장은 “글로벌창업사관학교는 일종의 대학원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기존 스타트업 가운데 해외 진출을 겨냥한 기업가를 육성하는 곳으로 입교자의 40%가량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최고경영자(CEO)”라고 소개했다. 이어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창업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기업인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창업을 하게 되면 어떻게든 매출과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이것이 우리 경제를 이끌고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희망한다고 해서 모두 입학이 허용되지는 않는다. 사관학교라는 명칭처럼 입학과 졸업 요건도 까다롭다. 양 교장은 “전체 평균 입학 경쟁률은 올해 4.6대1이고 이 중 본교인 안산은 6대1 수준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도 탈락 비율도 10%쯤 된다. “모집 공고를 내서 1차 서류 평가를 하는데 학력 같은 건 안 봅니다. 오로지 사업계획서를 봅니다. 이후 2차 심사에서는 신청자가 사업 모델과 자신의 역량에 대해 발표하도록 하고 이를 평가합니다.”


그는 개교 초기 사관학교라는 명칭으로 빚어진 일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2012년 당시 기술창업실 부장이었는데 고교 졸업을 앞둔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들이 3군 사관학교 모두 떨어졌는데 어떻게 하면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이죠.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준비된 창업가 키우죠…입교 동기가 최고의 멘토'
양동민 청년창업사관학교장이 글로벌창업사관학교를 거쳐간 스타트업들의 기업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될성부른 나무를 선별하다 보니 청년창업사관학교 배출 기업의 5년 생존율은 70%로 일반 창업보다 2배 이상 높다. 직방(1기)과 토스(2기) 외에도 초음파 진단기를 만드는 힐세리온, K뷰티 플랫폼 ‘강남언니’ 운영사인 힐잉페이퍼, 티오더 등 4곳이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1조 원)으로 성장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힘은 동기로부터 나옵니다. 동기가 최고의 멘토입니다. 전문 교수진의 교육과 코칭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함께 입교한 동기들로부터 배우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 더 얻는 게 많습니다. 입교자 가운데 이미 사업화에 돌입한 분도 있어 그들로부터 기업 운영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생생한 지식입니다.”


지난 13년 동안 배출한 7000여 스타트업 네트워크도 소중한 자산이다. 지난해에는 동문펀드 1·2호가 결성돼 지난달 첫 투자 협약식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기술 진보 속도가 빠른 요즘 성공적인 창업은 혼자 이뤄내기 어렵다”며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으로 시너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술 창업을 꿈꾸는 청년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이렇게 말했다. “창업을 결심했다면 왜 창업을 하려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기업을 일굴 명확한 비전과 의지가 있는지 말이에요. 이어 어떻게 실행할지 분명한 계획을 창업 단계에서 세워야 합니다.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창업하지 않았으면 해요. 얼마 전 한 스타트업 대표가 입교 문의 차 찾아왔는데 취업이 안 돼서 창업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돌려보냈습니다.”


양 교장은 “기업공개(IPO)로 대박을 터뜨리거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이보다는 화려하지 않아도 일자리를 점차 늘리고 꾸준한 성과를 창출하는 내실 있는 기업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그래야만 우리 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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