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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9일 개인 투매로 몸살을 앓았다. 지수는 공히 연저점을 기록했는데 52주 신저가 종목만 코스피 400개, 코스닥 872개로 총 1272개나 됐다. 상장 종목(2735개) 가운데 46%가 1년 중 가장 낮은 주가로 내려앉았다는 의미다. 둘 중 하나꼴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할 만큼 투자심리가 최악이었다.
긍정적인 것은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4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점이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가 총 1조 1866억 원(코스피·코스닥 포함)어치를 투매, 지수 하락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시가총액도 계엄령 파동 이후인 4일부터 이날까지 총 144조 원이 증발했다. 전문가들은 탄핵 국면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증시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2.78% 하락한 2360.58, 코스닥은 5.19%가 빠진 627.01로 각각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1월 2일(2343.12) 이후 1년 1개월 만, 코스닥은 2020년 4월 16일(623.43)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각각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에서는 개인투자자가 8851억 원어치를 던졌다. 비상계엄 이후 4일(3398억 원)과 5일(1637억 원) 이틀간 저가 매수에 나섰던 개인들이 탄핵 국면이 해결되지 않자 패닉에 빠지면서 6일과 9일 2거래일간 1조 5000억 원에 가까운 물량을 시장에 내던진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1003억 원, 6904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방어에는 힘이 부쳤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은 2049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모두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여 불안감을 완화한 것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라는 평가다. 외국인이 저가 매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정부도 증시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패닉 장세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51조 7408억 원)과 ‘빚투(빚을 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융자잔액(16조 2046억 원)이 계엄 국면 이전 대비 크게 줄어들지 않은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개인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투매에 나선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주가가 충분히 하락했다고 판단해 일부 매집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이 불안한 만큼 실적주 중심으로 투자를 좁히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날 시가총액 상승 종목만 봐도 SK하이닉스(000660)(1.08%)를 빼면 모두 하락할 정도로 매수세가 실종됐다. 반면 정치인 테마주는 급등하는 등 도박판 같은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동신건설(025950)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설립한 안랩(053800)(25.57%)도 급등했다. 탄핵 국면에서 뉴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상한가를 기록한 iMBC(052220) 등 미디어주(5.49%)도 이날 강세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인 오파스넷(173130)(-1.48%) 등은 약세였다.
시장을 진정시키려면 탄핵 국면이 일단락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발 경제위기, 반도체 보조금 축소, 전기차 수요 둔화 등 대외 악재 속에서 최대 정치 리스크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라 위기를 돌파할 뾰족한 수는 없는 상태다. 그런 만큼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증권사들은 탄핵 국면이 길어지면 코스피지수가 2200 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지수가 2300 밑으로 떨어질 경우 2023년 10월 26일 이후 13개월 만이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탄핵 표결 불발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것이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고 있는데 빠르게 결론이 나야 불안심리가 진정될 것”이라고 짚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국면 변화가 있기 전까지) 시장 전체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기보다 실적이 좋은 기업 위주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국면이 새 리더십 선출로 전환될 경우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겠지만 기약하기 어렵다”며 “내년 연간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 마무리 여부, 미국의 감세 및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 시행 시점 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