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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속에 한국 문학의 힘과 아름다움을 뚜렷하게 새겼다. 5일부터 이어진 ‘노벨 주간(Nobel Week)’의 백미로 꼽히는 노벨상 시상식에서다. 한강은 환한 미소를 통해 전 세계인의 환호에 화답했다.
10일(현지 시간) 오후 4시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엄숙한 타원형의 콘서트홀에 수백여 명의 청중이 자리한 가운데 먼저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를 비롯한 왕가의 일원들이 입장했다. 이어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인 노벨상 수상자 11인이 시상식에 들어서자 국왕과 왕비가 모두 일어나 수상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8번째로 검정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노벨물리학·화학·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됐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이 4분 가량을 할애해 한강의 문학적 성취를 소개한 끝에 “친애하는(Dear) 한강”이라며 한강의 이름을 호명했다. 애초에 마지막 문장은 한국어로 소개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영어로 진행됐다.
청중이 일제히 일어선 가운데 콘서트홀 연단의 중앙으로 나선 한강은 시상식의 상징인 ‘블루카펫’에 올라 칼 구스타프 16세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수여 받았다. 이어 청중에게 감사의 의미로 목례를 하자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리로 돌아간 한강이 환하게 웃음 짓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국 문학이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에게 ‘울림’을 선사했다는 찬사가 터져 나왔다. 한강이 사흘 전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밝힌 마음과 마음 사이의 ‘금실’이 전 세계인에게 연결된 것이다. 국왕 내외와 왕족들, 수상자들, 한림원 관계자, 취재진 등 1300여 명이 참석하는 연회에서 한강은 짧은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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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주간 주인공으로 부상한 한강
국가적 폭력에 대항하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담은 그의 목소리에 전 세계 언론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한강은 6일 전 세계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2024년에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7일 진행된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그는 자신의 31년의 문학론의 오랜 주제를 사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문학의 역할에 대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 깊게 파고 들어가는 행위이며 이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된다”면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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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 즐기기 시작해”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이 상을 받는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내려놓았다는 한강은 이제 노벨 주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8일에는 노벨 주간의 상징적인 행사로 꼽히는 노벨상 콘서트를 관람했고 9일에는 ‘말괄량이 삐삐’를 쓴 스웨덴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생가를 방문해 증손자 요한 팔름베리를 만나기도 했다. 과거 스톡홀름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린드그렌 생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상식 다음날인 11일에는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12일에는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강 작품의 낭독 행사에 참석해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펼친다.
국내에서도 한강을 중심으로 한 노벨 주간은 지속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 전시 공간에는 한강의 초상화가 걸렸다. 이 공간에 새로운 초상화가 걸린 것은 10여 년 만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10일 서울도서관에서 서울시와 함께 ‘세계노벨문학축제’를 열어 시민들과 한강의 작품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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