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이 기대 이하의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내년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강세지만 PC·모바일에서 심각한 약세가 예상된다고 한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먹구름이 끼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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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 시간) 마이크론은 2025년 회계연도 1분기(2024년 9~11월) 매출 87억1000만 달러, 주당순이익 1.7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은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예상치 86억8000만 달러와 1.73달러를 소폭 상회한다.
그러나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장중 4.33% 내린 데 이어 시외에서도 14%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이 내놓은 2분기 실적 전망이 ‘어닝 쇼크’를 예고한 탓이다. 마이크론은 2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 매출을 79억 달러, 주당순이익은 1.53달러 선으로 제시했다. 월가가 내다보던 89억9000만 달러와 1.92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마이크론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주문은 여전히 많지만 모바일 기기와 PC, 자동차 부문 수요가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AI 열풍에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낸드플래시 등 데이터센터 매출이 1년 전보다 400% 증가했고, 전체 매출 절반가량을 차지하게 됐으나 기존 캐시카우이던 모바일과 PC 수요 약세가 이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상쇄시킨다는 뜻이다.
모바일과 PC 메모리는 여전히 재고 수준도 높다.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 후 이뤄진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 메모리 수요자들은 여전히 쌓인 재고를 처리하고 있다”며 “재고 감소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조정 기간은 비교적 짧아 내년 봄에는 고객사 재고가 더 건강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마이크론의 부정적인 실적 예고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내년 메모리 사업 전망을 어둡게 한다. 세 회사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9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각사 매출 비중은 다르지만 사이클 산업인 메모리 특성 상 세 회사 실적은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편이다. 실제 소비자용 D램 가격은 폭락 추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용 D램(DDR4 8Gb)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각각 전달보다 20.59%, 29.8% 하락했다.
내년 모바일 기기 수요가 부진하다면 모바일 D램(LPDDR)에서 강점을 지닌 삼성전자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메모리 업계 시장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모바일 D램 시장에선 점유율이 55%대로 더 높다. 갤럭시 시리즈 등 내부 기기 수요가 크고, 이에 발맞춰 고성능 모바일 D램 제조 역량도 쌓인 덕이다.
테크인사이츠 등 시장조사기관은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올해보다 3%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판매량 증가세가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고용량화에 따른 수요 증가를 기대해야하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