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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한 달 앞두고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견제 고삐를 바짝 쥐는 모양새다. 연방정부는 중국 인터넷 공유기의 사이버 공격 연관성 여부를 조사하며 판매 금지를 검토하고 흑연 생산 업체들은 중국에 920%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중국 핵탄두가 600개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에 중국도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 중국산 갈륨 등 4대 희귀 금속의 대미 수출 금지 등으로 맞불을 놓으며 미중 갈등은 갈수록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 당국이 중국 인터넷 공유기 업체 TP링크의 제품이 사이버 공격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미국 내 판매 금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무부·국방부·법무부가 조사에 나섰고 상무부는 소환장도 발부한 상태다. WSJ는 “만약 판매가 금지되면 2019년 트럼프가 화웨이 장비를 퇴출시킨 후 최대 규모의 중국 통신 장비 금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TP링크는 미국 가정용 및 소규모 오피스 인터넷 공유기 시장에서 점유율 64.9%(4분기 현재)를 차지한다.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국방부·항공우주국·마약단속국 등 연방정부에서도 TP링크 제품을 사용 중이다.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 해킹그룹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하는 데 TP링크 공유기가 활용됐다고 분석했고 이보다 앞선 8월 미 하원 중국공산당특위도 상무장관에 TP링크가 보안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흑연 생산 업체를 대표하는 활성양극재생산자협회는 이날 미 상무부·국제무역위원회 등에 중국 업체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해달라고 청원서를 제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단체는 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 흑연을 저가에 생산·수출하고 있다며 최대 920%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높은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취임을 앞둔 가운데 미중 간 위험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초기 징후”라고 짚었다.
공교롭게도 미 국방부는 이날 중국이 운용 가능한 핵탄두를 600개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000개를 넘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는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갖고 있고 370척이 넘는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 방위 소프트 업체 가비니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필수 광물 수출을 금지하면 1000개가 넘는 미국 무기 생산 시스템이 중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당파를 막론하고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워싱턴에는 중국과의 교류를 지지하는 ‘판다를 포용하는 사람들(panda huggers)’이 있었지만 수년간 중국의 군사적·외교적·경제적 행동을 지켜본 결과 이제는 모두가 대중 매파가 됐다”고 전했다. 실제 9월 미 하원은 세계 최대 드론(무인기) 제조 업체인 중국 DJI의 신규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중국공산당 드론 대응법’ 등 20여개 대중 견제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킨 바 있다.
트럼프 2기로 본격 들어서면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는 중국도 트럼프에 대한 파악이 안 돼 트럼프의 공세에 인내심을 갖고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의 대중 강경 노선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버트 로스 보스턴칼리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경제의 취약성을 파고들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