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2004년 고건 전 총리 이후 두 번째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거대 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들먹이며 거부권 행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재의요구 직후 “거부권을 행사한 사람의 이름만 윤석열에서 한덕수로 바뀌었을 뿐 내란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리겠다”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전날 한 권한대행을 겨냥해 “청소 대행은 청소가 본분”이라며 “주인의 물건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면 절도범이 된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는 등 민주당 지도부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일단 유보해둔 상태다.
한 권한대행이 반(反)시장적 포퓰리즘 법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탄핵 카드로 겁박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흔드는 부당한 처사다. 정부의 과잉 쌀 의무 매입과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등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이 통과될 경우 재정 누수뿐 아니라 과잉생산이 우려된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국민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고 산업계 기술 유출 우려를 키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헌법상 ‘정부 예산 편성권’을 훼손하는 법안이다.
국무위원들과 검사 등을 겨냥한 탄핵 남발은 국정 마비 등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 국회가 검사 3명을 탄핵소추하고도 헌법재판소 첫 변론기일에 불출석한 것은 거대 야당의 탄핵 무리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니 ‘묻지마 탄핵’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다. 민주당이 또다시 탄핵으로 한 권한대행을 압박한다면 되레 역풍을 부를 뿐이다. 게다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요건의 기준을 총리와 대통령 중 어디에 맞출 것이냐를 놓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에서 탄핵을 밀어붙일 경우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