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1부(부장판사 박재우·김영훈·박영주)는 18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미국 변호사 현모(51)씨에 대해 현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최초는 우발적이었다고 해도, 이후 계속된 무자비하고 잔혹한 행위, 50분 이상 (피해자를) 방치한 행위 등은 ‘반드시 살해하고 말겠다’는 강력하고 집요한 살해 고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씨는 지난해 12월 3일 이혼 소송 중 별거 중이던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가 아내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현씨는 범행 직후 경찰이나 소방이 아닌 검사 출신 전직 다선 국회의원 부친에게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부친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야 소방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과거 정신병원 치료 병력도 밝혔지만, 검찰은 의도적 범행이라고 봤다.
현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아내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우발적인 폭행에 따른 상해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결심공판 당시 변호인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우발적 살인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
1심은 검찰의 계획 살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현씨가 피해자의 목을 눌러 살해했단 혐의는 인정하고 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은 “이 사건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혹하다”며 “피고인은 자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이 아이들이 커서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그때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과 현씨 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현씨에게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무서웠다. 한국이 무서웠다”고 울먹이며 “진실도 왜곡되고 정의도 없고 약자로서 다수에게 매도당한다. 우리가 외국에서 결혼한 커플이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왕따 피해자였다. 여러분은 제가 권력자라고 생각하는데 정반대”라며 “제가 먼저 용서하겠다. 사랑한다”며 두서없는 말을 이어나갔다.
발언 기회를 얻은 피해자의 모친은 “현씨는 기생충”이라며 “본인은 책임질 줄도 모르고 계획도 없이 권력에 빌붙어 그 권력이 자신의 것인 양 휘두르며 살았다. 현씨는 결혼하자마자 가면을 벗고 딸을 괴롭히고 폭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딸은 현씨의 부친에게서 현씨가 정신척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