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 인하의 속도 조절을 예고하면서 우리 경제가 ‘고환율’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연준은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4.25~4.5%로 조정하고 내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0.5%포인트 낮출 것으로 봤다. 당초 네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데서 ‘매파적’으로 바뀐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에 대해 “추가 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이라고 평했다. 연준발(發) 충격에 원·달러 환율은 19일 장중 1453.70원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다가 1500원을 넘볼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우리 경제가 고환율에 발목 잡히면 저성장 탈출을 위한 대응이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가 계엄·탄핵 사태로 더 위축된 데다 내년 초에 ‘관세 폭탄’을 장착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우리 경제는 내수·수출 동반 악화로 1%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기관들이 예측하는 내년 성장률은 1.6~1.9%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의 지렛대가 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환율 상승이 문제다. 치솟는 환율이 물가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수입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경제연구소장들이 우리 경제의 최대 대내 리스크로 환율 상승을 꼽을 정도다.
고환율과 저성장의 이중 덫에 갇힌 우리 경제가 트럼프 쇼크와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이 몰고오는 ‘퍼펙트스톰’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려면 민관정이 모든 역량을 결집해 방파제를 쌓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방위 정책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여야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정쟁으로 국력을 낭비하지 말고 규제 혁파 등 경제 살리기 입법으로 국익과 민생에 보탬이 돼야 한다. 사실상 정상 외교가 막힌 상황에서 트럼프 2기 대응을 위한 전방위 외교 채널 가동도 시급하다. 그런 면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를 방문한 것은 의미 있는 행보다. 취약해진 정부의 외교력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여야 정치권도 함께 뛰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