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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연구 기관과 금융회사들이 내년 경제 전망을 제시한 지 불과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위험이 현실화했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Red Sweep)으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 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이 진행되면서 정치적 위험도 발현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우려했던 대로 내년도 기준 금리 인하 폭을 기존 4회(100bp)에서 2회(50bp)로 축소했다.
최근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올해 연간 2.1%에 그치고 내년 성장률은 1.7%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전망 대비 각각 0.1%포인트 악화한 수치다. 올 4분기는 국내 정치적 혼란 여파로 직전 분기 대비 0.4% 이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 악화와 민간 소비, 투자 부문 등 내수 경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일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연간 20조 원 이상의 추경이 집행돼야 성장률 0.2%~0.3%포인트 수준의 경기 보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 현안 질의와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간담회를 통해 기준 금리 추가 인하를 고려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은은 아울러 보고서를 통해 추가경정예산안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앙은행이 조속한 재정 확대를 권고하는 모습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동안 기준 금리 인하에 있어 주요 고려대상이었던 요인들은 단기적으로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경기는 이미 둔화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비교적 안정적이며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의 노력으로 대체로 제어되고 있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점은 미국 연준의 정책 기조가 완화에서 중립적인 수준으로 변화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원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형적인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우리나라는 유로존이나 일본, 영국 등 준기축통화국보다 미 연준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한은은 경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기준 금리를 중립 금리 추정치 중간값(2.50%) 수준까지 내리는 기조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추경 편성을 전후로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정책 공조를 실현하고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