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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 있다.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처리나 저장에 대한 수요와 이를 충족시킬 에너지 확보의 필요성 또한 나날이 늘고 있다. 특히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인공지능(AI)의 혁명은 방대한 에너지 소비가 필수적이다.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챗GPT 기반의 검색 쿼리가 구글 검색에 비해 10배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26년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하는 전 세계 전기 수요가 800TWh(테라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독일의 전체 전력 수요와 맞먹는 규모다. 특히 구글과 메타 등 거대 기업(빅테크)의 유럽 거점인 아일랜드의 경우 데이터 센터가 전체 국가 전력의 32%를 소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증가하는 데이터 수요를 충족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 센터와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에는 8000곳 이상의 데이터 센터가 존재한다. 국제 로펌 링크레이터스(Linklaters)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5월까지 데이터 센터에 220억 달러(약 32조 원)의 투자가 이뤄졌으며 이는 지난 한 해 전체 투자액(360억 달러) 대비 상당히 빨라진 기록이다.
데이터 센터 투자 대부분은 빅테크로부터 나온다. 일례로 아마존 웹서비스는 2033년까지 스페인의 데이터 센터에 170억 달러를 투자하고 10년 내 영국에도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1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성장세를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데이터 센터 용량 수요가 3배로 증가해 2500~3000억(최대 435조 원) 달러 규모의 투자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탄소화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재생 에너지는 이러한 성장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슈로더는 재생 에너지 섹터가 AI 혁명과 탈탄소화라는 두 가지 글로벌 메가 트렌드의 교차점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국과 아일랜드, 스페인 등 데이터와 에너지 수요 증가를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지역과 시장에 주목한다.
통상 재생 에너지 자산에 대한 투자 수익률은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시장 전력 가격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공급 안정성이나 확실한 가격 책정 등 명확한 수요가 있는 데이터 센터 운영사들은 점점 더 자체적으로 재생 가능한 전력 공급원을 찾거나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에 데이터 센터 운영자와 재생 가능 에너지 공급업체 간의 직접전력거래 계약(PPA)의 매커니즘이 생겨났다.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는 재생 에너지 PPA 체결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누적 계약 용량은 46GW(기가와트)에 이른다. 슈로더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함과 동시에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재생 에너지 자산의 장기적인 가치를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향후 몇 년 간 유사한 거래가 상당하게 발생하며 이 투자의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환경 속 저탄소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재생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매력적인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