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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드라마’라면 1963년부터 현재까지 방송 중인 ABC 시리즈 ‘종합병원’이 대표적이다. TV사상 최고의 메디컬 드라마는 1994년부터 2009년까지 방영된 응급실 레지던트들의 이야기 NBC 시리즈 ‘ER’이었다. 그리고 2025년 외상센터를 배경으로 한 의학 드라마가 인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전 세계에서 인기 몰이 중이고 미국에서는 맥스 메디컬 드라마 ‘더 피트’가 HBO맥스 오리지널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더 피트’는 응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로 넘쳐나는 대도시 병원 중증 외상 센터에서 15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의료진의 일상을 한 시간씩 15개의 에피소드로 담았다. 제목은 피츠버그 병원의 가장 아래층에 있는 응급실을 지칭하는 말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별칭이다. ‘ER’의 작가 스콧 젬밀과 닥터 존 카터역으로 에미상 후보에 세 차례 지명됐던 배우 노아 와일이 공동 제작자로 다시 뭉쳐 공전의 히트를 쳤다. 한국어는 없지만 총 27개국 언어의 자막이 제공되는 글로벌 화제작이다.
지난달 ‘더 피트’의 촬영이 한창이던 워너브라더스 사운드 스테이지 16에서 만난 노아 와일은 “우리는 모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하면서 실제 응급실 상황을 알고 싶어한다. 이런 우려를 ‘더 피트’가 가감없이 보여준다. 응급실에서 실제로 여러분과 가족을 돌볼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기를 바라면서 만든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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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제작자인 노아 와일은 “촬영을 시작하기 2주 전 스테이지에서 메디컬 부트캠프를 시작했다. 15년 동안 ‘ER’을 촬영하며 동고동락했던 촬영장이 건너편에 보였다. 200피트의 거리가 200년, 1000마일처럼 느껴져 정말 아찔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TV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크게 변화했다. 최근 수 년 간 TV 시청방식이 정말 빨라졌다. 지루해질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내러티브(서사)’인데 비유나 패턴에 너무 익숙해져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려면 이야기하는 방식이 더 매력적이어야했다”고 덧붙였다.
크리에이터 스콧 젬밀은 “각 에피소드가 피츠버그 병원의 일상을 한 시간씩 설정했기에 첫 시즌이 끝날 무렵 시청자는 응급실에서 전체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카메라는 병동을 떠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앰블런스가 도착하는 곳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포착하지 않는다. 응급실에서 ‘시간’은 너무나 중요하다. 평균적으로 응급실 의사는 2~3분마다 다른 곳으로 끌려간다. 응급실에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차리길 원했다. 사운드트랙이 없다. 응급실에서는 비보를 접했을 때 음악 삽입 없이도 강렬한 감정과 사실적인 묘사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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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피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매 순간 소생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 사이의 공감 형성에 중점을 둔다. 병원에서는 경미한 상처부터 심각한 중증까지 다양한 유형의 부상과 응급 상황을 치료하지만 모든 병원이 트라우마 센터로 지정된 것은 아니다. 환자가 응급 지원이 필요한 경우 병원의 응급실(ER)로 이송된다. 여기에서 응급 의사는 이러한 중증 환자가 응급 의학 전문의 또는 트라우마 센터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선별한다. 응급 의학은 일반적으로 뼈 골절, 경미한 화상 또는 봉합이 필요할 수 있는 부상과 같은 더 광범위하고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 부상을 다룬다. 반면에 트라우마 센터의 외상 치료팀은 생명이나 사지를 위협하는 중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한다. 이러한 중증 환자는 환자 자체를 우선시하는 다학제적 진료와 포괄적인 응급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피츠버그 응급실에서 일하는 최전선의 영웅들 관점에서 오늘날 미국의 의료 종사자들이 직면한 과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더 피트’의 인기는 당연하다.
/하은선 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