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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받을 만한 과학자들을 집중 지원하겠습니다.”
정진호 신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이 18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취임 첫 기자 간담회를 갖고 “노벨상 후보 과학자를 뽑아서 집중 지원하는 ‘노벨상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한국의 과학 분야 노벨상 배출을 중점 목표로 삼고 기관을 운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과기한림원은 국내 과학기술 석학 500여 명이 모여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에 관련 정책 제안·자문을 하는 단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과학자의 해외 진출 역시 지원한다.
정 원장은 노벨상 배출은 목적이 아닌 한국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려면 한국도 단순히 연구개발(R&D) 예산만을 늘릴 게 아니라 ‘스타 과학자’ 탄생을 통해 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인재를 끌어들이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는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고 나서 수학에 대한 중고생과 대중의 관심이 크게 늘고 대학 수학과 커트라인도 높아졌다”며 “이 같은 노벨상 부수 효과를 통해 한국 과학기술계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노벨상 후보들이 국제 과학기술계에서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 또한 소개했다. 해외 한림원들과의 공동 학술 행사 개최 등을 통해 민간 과학 외교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과기한림원은 올해 독일 레오폴디나한림원과 에너지전환을 주제로 한 정책 제안서를 공동 발간하고, 이탈리아 린체이한림원과는 수학 분야 공동 심포지엄 개최를 추진하는 등 국제 네트워크 확대를 꾀하고 있다. 스웨덴왕립과학원과는 지난해에 이어 노벨상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영국왕립학회와 미국과학한림원과도 내년 학술 행사를 함께 준비한다.
정 원장은 한 해 30조 원이 넘는 국가 R&D 예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과기한림원이 적극적으로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전 세계가 주력하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이후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려면 결국 기초과학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며 관련 예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부와 협의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 원장은 과기한림원의 대내외 신인도 회복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앞서 유욱준 전 원장이 인사 갑질과 외유성 출장 논란으로 스스로 물러난 만큼 재발 방지와 함께 기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1년간 내부위원 70%, 외부위원 30%로 구성된 제도혁신위원회를 운영해 기관의 폐쇄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이사회도 외부 인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