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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와 임대차계약 [이응교 변호사의 도산법 네비게이터]

이응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 서경IN 기자
  • 2025-03-22 09:00:25
  • 사회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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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절차와 임대차계약 [이응교 변호사의 도산법 네비게이터]

최근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대형 임대인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회생절차를 개시할 경우, 해당 건물에 입점한 수많은 임차인들은 법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이들은 기존 임대차 계약이 유지될 것인지, 보증금 반환은 가능한지, 차임을 계속 지급해야 하는지 등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법적 쟁점은 보증금반환채권과 차임 채무의 상계 가능성, 차임 거절의 효과, 그리고 임대차계약서에 포함된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임차인의 문제가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먼저, 채무자회생법 제144조는 회생절차 개시 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부담하는 차임 채무에 대해 일정 요건 하에 상계를 허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당기 및 차기의 차임 채무'에 한해 상계가 가능하며, 예외적으로 보증금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이후 차임 채무에 대해서도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보증금이 있으면 향후 모든 차임 채무에 대한 상계가 허용되는 듯 보이지만, 이는 실무상 오해의 소지가 있다.


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고, 미지급 차임이나 원상회복 비용 등이 정산된 이후 비로소 발생하는 채권이다. 따라서 회생절차 개시 당시 임대차 계약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면, 보증금반환채권은 아직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며, 상계의 대상이 되는 자동 채권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이 같은 해석은 회생절차 내의 채권구조와 채무자 재산의 공평한 분배라는 회생법의 기본 원리에 기초한다. 결국, 보증금이 존재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향후 차임채무와의 상계가 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상계가 불가능할 경우, 임차인 입장에서는 차임의 지급을 일시적으로 유보하거나 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자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 역시 법적 한계를 가진다. 회생절차 개시 자체가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자동으로 변경시키지는 않으므로, 계약상 차임 미지급에 따른 약정 해지 또는 법정 해지 사유는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한다. 다만, 차임의 일부나 1기 정도의 지급 유보로는 임대인의 해지가 가능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 범위를 정교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회생절차와 관련하여 임대차계약서상 흔히 등장하는 '도산해지 조항'의 효력 문제도 중요한 논점이다. 대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자체만으로 계약이 당연히 해지되도록 하는 조항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지는 않지만,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에는 관리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도산해지 조항을 무효로 본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최근 하급심 판결들도 회생절차 개시만으로 계약이 해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고 있다.


결론적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한 임대인을 상대하는 임차인은 법적으로 불확실한 지점들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보증금으로 차임을 공제하거나, 회생절차 개시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주장하는 것 모두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계약서 조항을 면밀히 분석하고 전략적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생절차와 임대차계약 [이응교 변호사의 도산법 네비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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