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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다음 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하는 상호관세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트럼프 행정부가 4월 2일 발표할 상호관세 대상국이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 불균형을 지적한 국가와 유사할 것이라며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인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USTR이 언급한 국가에는 유럽연합(EU)·호주·캐나다·중국·인도·일본·멕시코·대만 등과 함께 한국이 포함됐다.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문제를 논의할 때 무역침해국으로 EU·멕시코·일본·한국·캐나다·인도·중국을 언급해왔다”면서 이 국가들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국가들을 선별해 고율 관세를 매길 경우 미국의 관세 폭탄이 무역적자국 8위인 한국을 조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리스크가 예고됐음에도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로 외교적으로 대표성이 떨어지는 ‘대행의 대행’ 체제가 이어진 탓에 적극적인 통상 방어는커녕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 물꼬도 트지 못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일부 고위급 인사들이 산발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소통과 대화를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제 직무에 복귀한 한 대행을 중심으로 외교·통상 라인을 복원해 글로벌 관세 전쟁에 본격 대응해야 할 때다. 통상 전문가인 한 대행이 전면에 나서서 한국이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자 일자리 창출국임을 트럼프 행정부에 적극 알리고, 무역흑자는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서 비롯된 일시적 현상임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조선·에너지·원자력·반도체 등 첨단 제조 역량과 산업·안보 협력을 총망라해 미국이 거부할 수 없는 ‘윈윈 패키지 딜’을 마련해 협상의 지렛대로 삼는 것도 중요하다. 한 대행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통상 전쟁에서 국익을 확보하는 데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한 대행을 구심점으로 민관정의 다양한 채널을 총동원해 관세 폭탄 피해를 최소화해야 밀려드는 통상 파고를 넘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