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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부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패닉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완성차 기업 수장들에게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미국인의 생활비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격 인상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주요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전화 통화를 갖고 ‘관세 때문에 자동차 가격을 인상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가격 인상을 곱지 않게 볼 것이라고 경고했고 CEO들은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관세발 물가 인상 도미노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3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미국인의 생활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가량이 수입산이고 미국에서 조립되는 차량 역시 부품의 약 60%가 해외에서 조달되기 때문이다.
28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2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상승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특히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인 2.7% 웃돈 2.8%를 기록해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이 만만찮음을 시사했다. PC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가 지표로 통한다.
기업별 대응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탈리아 슈퍼카 페라리는 이날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의 가격을 최대 10% 올린다고 발표했다. 초고가 브랜드의 경우 가격을 높이더라도 고객이 수용할 여지가 크다는 판단에 비교적 빠르게 대응 방침을 결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미국 내 주요 자동차 메이커는 직격탄을 입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번스타인은 “멕시코 생산 비중이 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은 가격을 올리고 공급망을 조정해도 영업이익의 30%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조치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곳은 중국의 전기차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 이번 관세로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면서 “자동차 관세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에는 타격을 주는 반면에 중국 기업들을 이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