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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선택한 중국에서 무려 일주일간 머물렀다. 2년 전 방중보다 이틀 더 긴 일정으로 샤오미와 비야디(BYD) 등 전기차 기업부터 시작해 마지막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만나는 말 그대로 광폭 행보였다. 삼성의 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맞춰야 할 퍼즐 가운데 하나가 중국인 만큼 다양한 신규 고객을 발굴해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이번 방중은 ‘전장(차량용 전자·전기 장비) 동맹’으로 요약된다. 중국 전기차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연일 존재감을 키우자 이들 기업 수장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중국 전장 공급망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이 회장이 여러 중국 기업들을 제쳐 두고 BYD와 샤오미 등을 가장 먼저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장 사업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확대와 함께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발맞춰 삼성 계열사들도 전장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가전과 반도체,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삼아 온 삼성전자는 2016년 디지털 콕핏을 만드는 하만을 인수한 후 다양한 고객사를 추가하며 공격적으로 전장 사업을 키웠다. 디지털 콕핏은 차량 앞쪽의 디지털 편의 기능 제어장치를 말한다. 인수 직후인 2017년 7조 1026억 원이던 하만 매출은 지난해 13조 2137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기(009150)와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스마트폰, 정보기술(IT) 기기 성장 정체의 돌파구를 전장에서 찾고 있다. 삼성전기는 고부가 카메라모듈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앞세워 올해 전장 매출 2조 원을 목표로 삼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퀄컴과 파트너십을 맺고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전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의 활로도 모색할 수 있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 한 대에 탑재되는 반도체 칩이 600~700개인 반면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카는 3000개가량이 필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워를 관리하는 전력반도체를 비롯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첨단 반도체까지 모든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전기차 회사 간 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전장이 미래라면 가전과 반도체는 현재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약 43조 9000억 원으로 2년 전 35조 6000억 원 대비 약 23% 늘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세계 가전 시장이 수년째 답보하는 상황에서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만은 분위기가 다른 셈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꺼내든 이구환신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다. 중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이구환신 정책으로 현재까지 중국에서 2020만 명의 소비자가 12개 주요 가전 품목에서 2757만 대를 구매했고 누적 매출은 930억 8000만 위안(약 18조 709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전 침체에 허덕이는 삼성전자 등 국내 업계가 최근 중국을 향한 주목도를 높이는 이유다.
반도체 사업에서도 중국은 최대 수출 시장이자 주요 생산 시설이 자리한 지역이다. 창신메모리·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 등 중국이 메모리 제품 자급화에 나서고 있지만 고급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 서버 등에 들어가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용량 스토리지 솔루션 등 최선단 제품에 대해서는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제품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삼성이 이번 이 회장 방문을 계기로 경쟁력 회복의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