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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25% 관세 직격탄을 맞은 캐나다가 미국과의 관계 단절까지 불사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예고했다. 유럽연합(EU)은 역내에서 미국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의 지식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치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강행에 미국의 주요 무역국들이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며 반발에 나서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7일(현지 시간) 미국 자동차 관세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내각회의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이 입을 영향은 최대화하면서 캐나다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보복 조치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려운 파트너임에는 분명하다. 경제·안보 협력을 바탕으로 했던 미국과의 오랜 관계는 이제 끝났다”며 관계 단절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차후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니 총리는 다음 달 미국의 상호관세 등 후속 조치가 나온 후 구체적인 보복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미국 시장은 캐나다 자동차 전체 수출에서 90%를 차지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며 반발도 커질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나다가 북미 경제를 연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존속 여부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카니 총리는 이날 이른 시일 내에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해 대미 협상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습에다 미국차 관세까지 덮친 EU도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역내에서 미국 빅테크의 지식재산권을 제한하고 회원국과의 공공조달 계약에서 빅테크를 배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스페이스X의 위성 네트워크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정부 입찰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FT는 “일각에서는 EU가 빅테크의 특허를 취소하거나 정보기술(IT) 등 서비스로 얻는 수익 활동을 막는 강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이 EU와의 상품 무역에서는 1570억 유로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서비스 부문에서는 1090억 유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EU가 서비스 부문의 타격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로 분석된다.
캐나다와 EU의 거센 반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보복 시사 방침이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그는 전날 트루스소셜에 “(차 관세에 대응해) EU가 캐나다와 협력해 미국에 경제적 피해를 입힌다면 더 큰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관세 조치로 미국 소비자물가에 대한 우려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주요 교역국의 맞대응 방침이 거슬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와 관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상호관세 발표(4월 2일) 전에는 협상을 기대하지 말라”는 미국 측의 답변을 듣는 등 ‘홀대’를 당했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관측되는 일본과 멕시코는 일단 협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전날 “미국의 발표가 났지만 (관세 제외를) 끈질기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의회에서 미국의 차 관세 관련 질문에 “모든 선택지가 검토 대상”이라며 보복 대응을 배제하지 않은 듯한 답을 했지만 보복의 실효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활발하게 협의하고 있으며 4월 2일 우리의 전략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미국의 관세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대비해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9.50%에서 9%로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