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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관세와 ‘미국의 51번째 주’ 발언 등을 둘러싸고 대립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신임 총리가 통화했다. 추후 양국의 경제 결속을 강화하고 신뢰 관계가 회복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방금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와 통화를 마쳤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취임한 카니 총리와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생산적인(extremely productive) 통화였으며, 많은 부분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다가오는 캐나다 선거(총선) 직후 만나 정치, 비즈니스, 그리고 모든 다른 요소들을 논의할 것이며, 이는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총선은 4월 28일 치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진행한 뉴저지주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오전 10시에 카니 총리가 전화를 걸어왔다”며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고, 캐나다와 미국 간의 일들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통화 사실을 재확인했다.
캐나다 총리실도 이날 발표문을 내고 “오늘 카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관계에 관해 매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라고 확인했다. 캐나다 총리실은 특히 “두 정상은 (캐나다) 선거 직후 새로운 경제 및 안보 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그전까지 당면 우려 사항에 대처하기 위해 도미니크 르블랑 캐나다 국제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대화를 강화하기로 두 정상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발언에 대해 캐나다의 반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거나 “51번째 주가 돼라”고 발언하면서 캐나다의 반감은 커졌다. 그 결과 지난 2월 캐나다에서 육로를 통해 미국에 방문한 수는 전월 대비 23% 감소했으며, 비행기를 통한 미국 방문은 13% 줄었다. 카니 캐나다 총리는 9일 당선 첫 연설에서 “미국은 캐나다가 아니다. 절대로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미국이 캐나다에 표적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가 보복관세 부과에 나선 점도 두 나라 사이의 현안이다. 카니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도 미국이 오는 4월 2일 추가적인 무역 조치를 발표한 이후 캐나다 정부가 자국 노동자와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보복 관세를 시행할 계획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렸다고 현지 총리실은 전했다.
카니 총리는 이와 관련 내각 특별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회견에서 양국 간에 경제·안보 밀착 관계가 “이제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미국에 최대한의 영향을 미치고 캐나다에는 최소한의 영향을 주는 보복 조치”를 공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카니 총리와 통화에 나선 것도 미국의 관세 전략에 대한 캐나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일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시간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를 오가는 부품 공급망이 미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한 축을 차지한다. 미국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협회 회장 플라비오 볼페는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2020년 팬데믹과 2022년 앰버서더 다리 폐쇄 때처럼 부품 없이는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며, “이익이 6~7%인데 고객이 25% 추가세를 내야 한다면 운송하지 않을 것이고, 운송하지 않으면 대안이 없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체결국의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유예하면서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담은 어느 정도 줄여둔 상태다.
이번 통화가 상호관세 발표일인 4월 2일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캐나다에 대한 상호관세에 대한 논의도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캐나다 총선 이후 포괄적 경제 협상을 공언한 만큼 캐나다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미국의 관세 정책은 주요 무역 상대국의 보복이 뒤따를 경우 미국이 입는 경제적 타격도 커지는 구조다. 캐나다는 미국의 주요 파트너 중에 가장 강경한 태도로 보복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