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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눈먼 쥐의 시력을 회복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향후 인간 대상 연구를 통해 실명을 부르는 퇴행성 망막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생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진우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망막 신경 재생으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법을 쥐 실험을 통해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포유류 망막에서 장기간 신경 재생을 유도한 세계 최초 사례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26일 게재됐다.
전 세계 3억 명이 망막질환으로 시력 상실의 위험에 놓여 있다. 망막질환 치료제들이 개발돼 일부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손상된 시력을 되돌리는 치료제 개발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인구 노령화 등으로 망막질환자 수도 지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손상된 망막은 자연적으로 재생되지 않는다. 어류의 경우 망막 안에 있는 ‘뮬러글리아’라는 세포가 신경전구세포로 역분화해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드는 망막 재생 능력이 있지만 인간과 같은 포유류는 이 기능이 사라졌다.
연구팀은 포유류의 이 같은 재생 능력을 억제하는 물질인 ‘프록스원’ 단백질을 발견했다. 프록스원은 망막과 해마, 척추 등 신경조직 내 신경세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이다. 어류는 망막 안에 이 물질이 축적되지 않는 반면 인간이나 쥐와 같은 포유류는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프록스원이 뮬러글리아에 도달하기 전에 제거해 뮬러글리아의 재생 능력을 복원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프록스원이 뮬러글리아 대신 연구팀이 개발한 ‘프록스원 중화항체’에 결합하도록 하는 원리다. 망막질환에 걸린 쥐에게 프록스원 중화항체를 투여한 결과 실제로 신경세포 재생이 활발히 일어났다. 이를 통해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신경세포 재생과 신경 회복이 이뤄졌음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교원 창업 기업인 셀리아즈를 통해 2028년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제1저자인 이은정 KAIST 박사는 “프록스원 중화항체의 효능을 개선하는 작업이 마무리돼 곧 여러 동물을 이용한 시력 회복 효능과 안전성 평가를 마친 후 망막질환자에 투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적절한 치료제가 없이 실명의 위험에 노출된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