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파운드리 투자에 대한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조인트벤처(JV)를 통해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지분 일부를 확보하는 한편 인텔에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인텔·TSMC 동맹이 성사된다면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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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간)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과 TSMC 임원들이 최근 합작 투자사 설립을 위한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며 “인텔과 기타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합작사에 대한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TSMC는 20% 정도를 인수하는 방안”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만 디지타임스는 TSMC 이사회가 인텔 파운드리 ‘인수’에 대해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100% 지분 인수가 아닌 일부 지분 투자 방식이라면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TSMC가 인텔에 대한 투자금을 최소화하려는 만큼 지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디인포메이션은 “합작 투자가 이뤄진다면 TSMC는 인텔에 반도체 제조 방법을 전수하고 인력도 교육하게 된다”고 전했다. 거액의 자금 투입 대신 무형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다만 인텔 내부의 반발이 여전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인텔과 TSMC가 사용하는 장비와 제조 공정이 달라 노하우 전수가 무의미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디인포메이션은 “거래가 이뤄지면 광범위한 해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인텔 임원진의 저항이 적지 않다”며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은 불분명하고 심의 과정에서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처럼 인텔과 TSMC 양측 모두가 마뜩지 않아 하는 거래가 추진되는 배경에는 백악관의 강력한 의지와 인텔을 새로 이끌게 된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파운드리 부활을 꿈꾸는 백악관이 TSMC에 사실상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팻 겔싱어 전 CEO와 마찰을 빚고 이사회를 떠났던 탄 CEO 역시 인텔의 ‘순혈’ 출신이 아닌 만큼 외부 협력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관세와 대(對)중국 수출 조사에 직면한 TSMC 입장에서 별다른 선택권이 없다는 점도 거래 성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날 트럼프는 대만에 대해 34%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곧 시작하겠다”며 예고한 상태다. 더구나 미 상무부는 TSMC가 화웨이와 거래했다는 의혹을 갖고 집중 조사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관세와 규정 위반 관련 조사를 ‘목줄’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TSMC는 잠재적 경쟁사인 인텔 파운드리 역량 강화에 울며 겨자먹기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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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 인텔 동맹이 성사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더욱 고립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8.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TSMC(67.1%)의 8분의 1 수준이며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TSMC가 애리조나 공장을 가동하고 조인트벤처 설립 과정에서 인텔 이외의 미국 빅테크까지 끌어들인다면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거론되는 파운드리 4·5위 대만 U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의 합병설도 삼성전자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2위 자리마저 빼앗길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는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올해 시설 투자 예산을 지난해의 절반인 5조 원 이하로 축소했다”며 “미국 테일러 공장 건립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TSMC·인텔 동맹은 삼성의 미국 사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그나마 기댈 곳은 중국 시장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압박으로 현지에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기기를 들일 수 없고 TSMC 반도체 라인 활용도 제한돼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중국 시장 수주 확대 전략을 짜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팹리스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삼성의 이러한 행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