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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잊고 지내는 것이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치는 우리가 바라는 정치(政治)는 아니다.
정치란 원래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서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행위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는 과연 이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정치는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일보다 상대편을 공격하는 일이 더 중요해져 버렸다.
독일의 유명한 정치가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기술이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정치의 본질은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조율하여 최선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정책의 옳고 그름을 논의하기보다 자신들의 진영이 옳다는 전제를 두고 상대 진영을 무조건 틀린 것으로 몰아붙인다. 이런 방식으로는 서로의 차이만 커지고, 결국 시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적 논의는 사라져 버린다.
정치가 정책 중심이 아니라 정쟁 중심이 되어버린 것도 문제다. 많은 정치인이 정책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보다 상대 진영 정치인의 사생활이나 과거의 작은 실수만 찾아 공격한다. 특히 정치인의 말꼬리 잡기는 심각한 문제다. 정치인의 발언은 전체 맥락에서 의미가 명확해지는데, 특정 문장만을 떼어내 비난하고 공격하는 일은 비생산적이고 정치를 더 나쁘게 만든다. 정치인은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도 있고, 말의 표현에 작은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전체 발언의 맥락과 의도이지, 단편적인 부분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정치문화 속에서 국회 안에서의 논의가 무력화되면서 시민들이 길거리 정치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길거리 정치는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이슈를 공론화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자칫 극단적인 목소리가 사회적 갈등을 더 심화시키거나 문제를 단순화하는 한계를 보일 수도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장자크 루소는 “민중이 목소리를 내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죽는다”고 했지만, 길거리 정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길거리 정치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국회 내 공론화 과정을 강화하고, 시민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한 시민참여형 공론화나 배심원제와 유사한 시민의회 같은 제도를 확대하여 시민의 의견을 보다 체계적으로 수렴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정치 발전에도 큰 기회를 제공한다. 빅데이터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책 결정이 가능해진다. 정치인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민생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 또한 기술을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고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짜뉴스가 혼란을 부추기지 않도록, 이런 기술 활용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정치권과 시민 모두가 감시하고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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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하기 위해 정치가 발전하려면, 정치인은 시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현장에서 시민의 어려움과 문제를 직접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과 복지 정책을 마련하고, 지역 간, 세대 간 격차 해소에도 힘써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는 “정치인의 책임은 다음 세대를 위해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교육, 의료, 주거 등 기본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투명한 정책 결정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정치적 책임성도 높여야 한다. 공약을 지키지 못하거나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정치인에게는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정치가 바뀌려면 시민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정확한 정보를 얻고 판단하여, 투표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정치권도 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물론 세대 간, 지역 간, 진영 간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갈등을 줄이고 타협을 늘려가는 성숙한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 노력의 출발점에 바로 시민들이 서 있어야 한다. 정치는 결국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광장에서 거리의 깨어있는 시민들의 행동은 큰 흐름을 만들고 있다.
겨울을 밀어내어야 하는 봄은 어쩔 수 없이 거칠다. 그래도 봄이다. 변덕스러운 3월 넘어, 4월의 잔인함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황무지와 같은 우리 정치가 다시 시작할 것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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