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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한美대사가 본 탄핵 이후…골드버그 “이재명 대선 유리, 트럼프와 개인 관계 형성이 중요”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
계엄은 정치적 실책…8:0은 인용은 긍정적 신호
한덕수 총리 탄핵은 한국에 피해 입힌 행위
이재명 대표, 한미동맹 우클릭 지속해야
관세 협상, 美USTR 관심 사안 개선 해야

  • 뉴욕=김흥록 특파원
  • 2025-04-05 08:00:24
전 주한美대사가 본 탄핵 이후…골드버그 “이재명 대선 유리, 트럼프와 개인 관계 형성이 중요”
임기를 끝내고 귀임하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1월 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귀빈실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한국 취재진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올 1월 퇴임해 전 대사 중 가장 최근까지 한국 상황을 살폈던 인물이다. 그만큼 최근의 한국 정치 외교 상황을 잘 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2월 3일 계엄 발령과 해제 당시 대통령실과 통화하며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느냐”고 따지는 등 미국의 정부 관계자 가운데 한국의 계엄 상황을 가장 가까이 지켜보기도 했다. 그런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이 결정 이후 한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주최로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과 진행한 대담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골드버그 전대사는 우선 탄핵 결정에 대해 “8대 0이라는 만장일치 결과는 한국 사회에도 긍정적인 신호”라며 “8:0 결정으로 인해 헌재의 결정이 부당하거나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계엄 초기부터 계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인물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도 “헌재가 언급했듯 계엄은 명백하게 자초한 실책이자 정치적 결정이었다”며 “헌법이 명시한 국가 비상사태에서 내려진 결정이 아니라 단지 (정치적) 좌절감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의 탄핵 남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야당의 탄핵은 실제로 한국에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한다”며 “그 당시 한국은 국내 정책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를 최대한 잘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계엄의 처리 과정은 한국의 민주주의 역량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높이 쳤다. 그는 “제게 이번 일은 한국의 민주주의 절차가 얼마나 탄탄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며 “국회가 같은 회기 내에서 절차상 전술을 통해 두 번째 표결에 부쳤다는 점은 헌재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 받기도 했고 법원 (시위대 폭력) 사건도 있었지만 국회에서 탄핵 절차가 진행됐고 시위는 대부분 평화롭게 이뤄졌으며 헌재는 매우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치와 한국 사회는 깊이 양극화돼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근본적인 문제들, 이를 테면 경제와 청년, 정치양극화, 뿌리깊은 적대감과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차기 대선구도로는 민주당의 집권이 유리할 것으로 봤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후반에서 40% 초반 정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현재 결정 영향과 정권교체 분위기 덕분에 확실한 우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보수진영도 이번 과정에서 어느정도 재결집한 분위기여서 최종적으로는 후보에 따라 접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한미 관계와 관련 이재명 대표의 외교 스탠스에 대해 일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 대표는 한미일 삼각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다소 조정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최근 이를 통해 사실상 대북 강경 입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러한 입장이 선거 기간 동안, 그리고 대통령이 된 이후까지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또 새 대통령의 한미 관계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대표가 보다 중도적인 방향으로 조정하면서 과거 한국이 취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몇 달, 몇 년 동안은 미국과의 관계는 기존의 방식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입장을 중도로 조정한다고 해서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골드버그 대사는 “전통 보수성향의 국민의 힘 정부가 다시 들어설 경우 한미 동맹을 매우 중시하고 그 유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려 할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역시 동맹을 지지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이나 동맹에 대한 이해는 다소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주한美대사가 본 탄핵 이후…골드버그 “이재명 대선 유리, 트럼프와 개인 관계 형성이 중요”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4일(현지 시간)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미 관계의 주요 과제가 △대통령 간 개인관계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한미 관계에 있어) 매우 어려운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며 “반도체법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이 폐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이는 한국 기업들에 큰 타격이 돨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두 나라 지도자가 개인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느냐에 일부 달려있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등 한국의 이슈협상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런 차원에서 그는 미국이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과 관련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있었더라도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었을 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의지가 없다면 대통령의 유무와 관계없이 대화 창구 자체가 없는 셈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는 대통령 부재가 결정적 변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했음에도 거의 동일한 관세 조치가 내려진 것을 고려하면 상대국의 외교 전략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의지가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했던 문제와 관련해서는 “(외교문제라기보다) 오히려 국내 정치 이슈로, 더 일찍 정리 될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관세 대응 방법과 관련 “합당한 이유와 상황을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하고 정책 측면에서도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가 발간한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문제 제기된 디지털플랫폼법안이나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금지 등의 정책에 대한 처리 방안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에 대해 워싱턴에서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과 관련 골드버그 대사는 “워싱턴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 병력을 중국 견제로 보다 활용하고 북한 문제는 현지 동맹국에 더 많이 의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논의가 뚜렷하게 존재한다”며 “확장 억제와 관련된 이런 문제가 선거 과정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고 워싱턴에서도 면밀히 주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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