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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800도, 94% 이상 투과율, 편차 0.4% 이내’라는 꿈의 조건을 가능하게 하는 펠리클(웨이퍼의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얇은 막) 소재는 탄소나노튜브(CNT)가 유일합니다.”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
반도체 칩의 회로가 촘촘해지고,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출력이 600W 이상으로 증가함에 따라 웨이퍼의 포토마스크를 오염물질로부터 보호하는 펠리클의 내구성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웨이퍼의 회로를 더 얇고 세밀하게 깎아낼 수 있는 도구에 따라 수율이 좌우되는 2나노 이하의 미세 공정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 됐다는 평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소재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나섰다.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CNT 소재로 포토마스크 전체를 덮을 수 있는 풀 사이즈(11㎝X14㎝)의 멤브레인(얇은 막)을 구현해냈다”며 “전세계적으로도 CNT 소재를 후처리해 이 사이즈의 필름으로 만드는 기업은 핀란드의 카나투(CANATU)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2030년 기준으로 글로벌 펠리클 시장은 3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CNT 소재 시장은 10분의 1 수준인 3000억원으로 집계된다. 기존에 파운드리의 생산 라인에 활용되는 EUV 노광 장비의 경우 펠리클 제작에 들어가는 소재를 일본의 미쓰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다면 이보다 한단계 높은 고개구율 극자외선(High NA EUV) 장비에 쓰이는 펠리클 제작을 위해서는 미쓰이도 소재 생산에 새롭게 참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여기서 기회를 봤다. 그는 “미쓰이가 올해 말 공장을 지으면 다음 해부터 CNT 생산에 뛰어들 수 있다”며 “삼성도 이미 다음 세대 EUV 장비인 ‘EXE:5000’를 테스트 중데 미쓰이의 현재 공장 개발 속도라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지 못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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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썸레이의 자신감에는 압도적인 인재 밀도가 있다. 창업자들이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는 국내 CNT 전문가들의 집단으로, 박종래 울산과학기술원 총장의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시절 연구실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공동창업자인 정근수, 조현구 박사가 모두 CNT를 5년 넘게 연구했다. 현재 박 총장은 어썸레이의 기술 고문으로 참여한다.
협력사도 확보해 판로를 열었다. 삼성전자에 펠리클을 납품하는 에스엔에스텍과 ‘상호독점’ 관계를 확보해 자체 CNT 소재를 브랜드화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로드맵도 뚜렷하다. 김 대표는 “이달 중으로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마무리하고 상장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라며 “2028년에는 산단에 공장도 조성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부장 기업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