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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화이트 로터스 3’ 종교와 영성 그리고 죽음

  • 문화부 기자
  • 2025-04-11 00:07:03
  • 영화
[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화이트 로터스 3’ 종교와 영성 그리고 죽음
HBO 시리즈 ‘화이트 로터스 시즌3’에는 나타샤 로스웰이 복귀하고 파커 포시, 패트릭 슈왈제네거, 제이슨 아이작스, 사라 캐서린 훅, 샘 니볼라 등 화려한 출연진이 등장한다. 사진제공=HBO


HBO의 인기 시리즈 ‘화이트 로터스’가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은 종교와 영성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전 시즌들보다 어둡고 전개가 느리다. 블랙핑크의 리사(라리사 마노반)가 리조트 직원으로 특별 출연해 화제를 모았지만, 영적 위기, 복수, 인간의 절망을 다루는 무거운 주제로 인해 이전 시즌들의 명성을 완전히 되살리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다만 태국의 코사무이, 만다린 오리엔탈 방콕, 푸켓에서 촬영된 아름다운 풍경과 독특한 문화가 압도적인 영상미을 담아낸다. 시즌 1의 하와이 마우이 포시즌스와 시즌 2의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과는 확연히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이크 화이트 감독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번 시즌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주제를 탐구하고 싶었다. 동양의 종교, 신, 영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태국이 불교 국가이기에 이러한 주제를 탐구하기에 완벽한 배경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불교적 탐구가 쇼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이전 시즌들과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했다”며 자신의 LA 생활과 불교적 성찰의 경험을 언급했다.


시즌 1에서 계급과 문화를, 시즌 2에서는 돈과 섹스, 젠더정치를 다루었던 ‘화이트 로터스’는 시즌 3에 와서 영적 위기, 복수, 인간의 절망을 깊이 파고든다. 마이크 화이트 감독은 “사람들은 이상적인 자아를 추구하면서도 본능에 끌려간다. 영성이나 쾌락을 목적으로, 혹은 둘 다를 위해 태국을 찾는다. 이런 양면성을 탐구하기에 좋은 캔버스가 됐고 정직하고 진정성 있게 태국의 진짜 분위기를 담아내려 했다”고 밝혔다. 태국은 불교적 색채가 강한 아유타야 양식의 건축물과 깊은 영성훈련으로 알려진 동시에 방콕의 화려한 밤문화로도 유명하다. 화이트 감독은 “태국의 자연환경, 특히 원숭이들이 내러티브적 기능을 하고 있다”며 “코사무이에서는 과거에 원숭이들을 코코넛 수확에 활용했기 때문에 호텔 곳곳에 원숭이 조각상이 있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쇼의 시각적, 상징적 요소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히 훈련된 원숭이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원숭이들이 등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화이트 로터스 3’ 종교와 영성 그리고 죽음
‘화이트 로터스’ 시즌3까지 범죄의 현장을 지키는 그렉(존 그리스)은 존재 자체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사진제공=HBO


시즌 3에서는 시즌 1의 인기 캐릭터였던 벨린다(나타샤 로스웰)가 복귀한다. 화이트 감독은 “시즌 2에서 제니퍼 쿨리지의 캐릭터가 사망한 후 어떻게든 시리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다”며 벨린다의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시즌 1에서 벨린다의 마지막 모습에 시청자들이 실망했고, 나타샤와 다시 일하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기에 벨린다에게 새로운 챕터를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화이트 로터스’는 시리즈의 특성상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점차 밝혀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시즌 3의 피날레는 특히 비극적이다. 릭(월튼 고긴스)과 그의 여자친구 첼시(에이미 루 우드)는 총격전에서 사망하고, 티모시 래틀리프(제이슨 아이작스)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독살을 시도하는 등 복잡한 도덕적 선택과 그 결과가 드러난다.


화이트 감독은 “태국은 아름다운 촬영지였지만 이번 시즌 제작이 더 길어진 러닝타임과 많은 등장인물, 그리고 이전 시즌들의 성공으로 인한 높은 기대치로 인해 매우 도전적이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정말 힘든 경주를 막 끝낸 사람 같은 기분이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던 날도 있었다. ‘오늘 그냥 죽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서 그냥 완주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라고 밝혔다.


‘화이트 로터스’의 가장 큰 강점은 여전히 심리적 깊이와 등장 인물의 복잡성에 있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의 내면을 탐구하면서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위치에 대해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관객의 공감을 얻는다. 부유층의 특권과 사회적 위선,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는 사회적 계층 간의 갈등이나 인간관계의 불균형을 꼬집으면서도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감정과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시즌 3는 이런 ‘화이트 로터스’의 기본적인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종교와 영성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더 깊은 측면을 탐구하고자 한다. 비록 전개가 느리고 어두운 분위기로 인해 일부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태국의 압도적인 영상미와 깊이 있는 주제 탐구는 시리즈가 여전히 흥미로운 사회적 풍자와 인간 심리 탐구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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