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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렌즈의 일종인 컬러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놓고 국내 1위 콘택트렌즈 프랜차이즈 업체인 ‘스타비젼(오렌즈)’과 관련 플랫폼 '윙크컴퍼니(윙크)' 간 법적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또 대한안경사협회도 윙크와 제휴를 맺은 안경원을 대상으로 안경사 면허 정지를 경고하는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오렌즈와 안경사협회는 윙크와 제휴 안경원들이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막고 있는 의료기사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윙크는 자사 서비스가 온라인 판매가 아닌 온라인 홍보 활동에 해당한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갈등 속에 일선 안경원들은 추가 수익을 기대하며 시작한 컬러렌즈 픽업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자연스레 윙크의 고객들도 컬러렌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16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국내 컬러렌즈 플랫폼인 윙크는 약 1500개에 달하던 제휴 안경원의 수가 불과 몇 개월 사이 500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약 1000곳의 제휴 안경원이 연쇄적으로 제휴 해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는 안경사협회가 제휴 안경원들에 윙크와의 협력을 지속할 경우 보건복지부에 안경사 면허 정지를 건의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윙크는 약 30개의 컬러렌즈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플랫폼이다. 고객은 윙크 앱 상에서 원하는 컬러렌즈 제품과 구매할 오프라인 안경원을 선택할 수 있다. 이후 윙크는 해당 제품을 제휴 안경원으로 보내 고객이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안경사협회에 앞서 오렌즈는 윙크 서비스가 불법성이 있다고 보고 최근 몇 년 동안 수 차례 고발했다. 실제로 국내 의료기사법에서는 안경 및 콘택트렌즈를 전자상거래·통신판매의 방법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윙크 측에 따르면 오렌즈 측의 고발 건 수는 5~6회에 달하며, 대부분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 일부 고발 건에 대해선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오렌즈는 윙크 뿐 아니라 제휴 안경원을 고발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다만 오렌즈 측은 윙크 고발 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스타비젼 관계자는 "윙크나 안경원에 고발한 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 "안경사협회와 안경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윙크 서비스의 문제점에 대해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처럼 오렌즈가 윙크와 제휴점에 고발장을 날리고 있는 것은 국내 컬러렌즈 시장 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윙크가 없던 시절 고객들은 컬러렌즈를 구입하기 위해 오렌즈의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윙크가 나온 이후부터는 오렌즈 매장이 아닌 일반 안경원에서도 손쉽게 컬러렌즈를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 관계가 형성됐다. 오렌즈는 지난해 매출액 1537억 원, 영업이익 538억 원을 기록한 컬러렌즈 시장의 독보적인 강자다. 윙크는 지난해 매출액 266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64%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오렌즈로서는 윙크를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오렌에 이어 안경사협회도 윙크의 컬러렌즈 픽업 서비스가 사실상 온라인 판매에 해당한다며 불법 서비스로 낙인을 찍었다. 또 안경사협회는 윙크 제휴 안경원들이 충분한 주의 사항 설명 없이 컬러렌즈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특히 안경사협회는 윙크가 고객들의 눈 건강을 헤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컬러렌즈의 경우 10대 청소년들이 주로 구매하는 제품인 만큼, 더욱 철저하게 오프라인에서 안경사와의 상담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안경사협회는 윙크와 제휴 안경원들은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경사협회 고위 관계자는 "일반 안경원에서는 콘택트렌즈를 판매할 때 고객의 눈 상태에 적합한지,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지 충분히 설명한다"면서 "윙크가 하는 서비스는 고객들이 컬러렌즈를 모양만 보고 인터넷에서 주문하고, 안경사들의 역할은 배제된 채 안경원에 택배처럼 도착하면 받아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협회는 윙크의 제휴점으로 활동하는 안경원들에 내용증명을 보내며 제휴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윙크와 같은 불법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가담한다면 보건복지부에 안경사 면허 정지 처분을 의뢰하겠다는 것이 해당 내용증명의 주요 골자다.
윙크 측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온라인에서 컬러렌즈 교환권 등을 결제하게 하는 다른 픽업 서비스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윙크는 온라인에서는 컬러렌즈 브랜드와 안경원들을 홍보해주고, 구매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현행 법에서 막고 있는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윙크는 자사의 플랫폼이 전국 안경원들을 무료로 홍보해주고, 재고부담 없이 적극적으로 컬러렌즈 판매할 수 있도록 해 상당한 추가 수익도 창출해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안경원들이 충분한 주의사항 안내 없이 컬러렌즈를 팔고 있다는 협회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컬러렌즈를 안경원에 보내는 과정에서 안경사들에게 충분한 안내와 주의 사항 설명 후 판매하라고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윙크 관계자는 "전국 안경원들은 코로나 등을 거치면서 매출 감소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플랫폼을 통해 무료 홍보 효과를 얻고, 컬러렌즈 판매라는 추가 수익원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현재 제휴 안경원들은 협회의 면허 정지 압박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제휴점에서 탈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오렌즈와 안경사협회, 윙크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안경원들도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힘겹게 살아 남았지만, 컬러렌즈 판매도 막히게 된다면 안경원 운영이 더욱 어려워 질 수밖에 없어서다. 영세한 안경원들의 특성상 온라인 채널을 통한 매장 홍보가 어렵다. 또 여러 고객의 도수에 맞는 각각의 컬러렌즈 제품을 사전에 구비해놔야 하는 등의 재고 부담을 지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윙크와 제휴를 해지한 안경원들은 협회의 압박에 대한 불만과 함께 양측 갈등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A 안경원은 "하루 매출이 거의 없던 시절이 많았는데 컬러렌즈 픽업 서비스를 통해 최소 인건비 정도는 벌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윙크와의 의리를 지키지 못하고 탈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B 안경원은 “윙크는 안경원을 무료로 홍보해주는 훌륭한 플랫폼”이라며 "안경사협희의 면허 정지 압박에 제휴를 해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C 안경원은 "개인 안경원들의 상황은 보지 않고, 막무가내로 픽업 서비스 탈퇴를 요구하는 안경사협회의 의도가 궁금하다"면서 “면허 정지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픽업 서비스를 계속 활용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