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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산업과 경제를 넘어 교육, 복지, 노동, 행정 등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동시에 AI는 점점 더 인간의 외양과 감각, 행동을 모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형태로 구현되며, 기술과 인간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기술은 사람을 닮아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오래된 문제가 새로운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AI는 본질적으로 기술이지만, 이제는 인간 삶의 조건을 구성하는 핵심 사회 인프라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주어지고 있지는 않다. 고령자,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촌 주민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AI 기반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우리는 기술보다 먼저 사회적 계약의 내용과 방식부터 다시 써야 한다.
‘모두의 AI’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정책 비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정책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AI 접근권, 이용권, 설명요구권, 차별금지권 등을 포함한 ‘AI 기본권 헌장’을 제정하고, 이를 법제도 전반에 반영해야 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회권 체계를 구축하는 핵심이다.
둘째, ‘국민 AI 비서’와 같은 공공 AI 플랫폼을 구축해 복잡한 공공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국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디지털 복지 체계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AI 바우처 제도와 지역 기반 디지털 도움센터를 운영하여 기술격차를 완화해야 한다.
넷째,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국민이 갖출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AI 리터러시 교육을 제도화하고, 이를 평생학습 체계에 편입시켜야 한다.
다섯째, AI로 인한 기술 실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 4일제 도입 등 노동시간의 재구조화를 포함한 새로운 사회 안전망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확보된 잉여 시간을 삶의 질 향상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분배 방식이다.
여섯째, 이러한 변화를 지속 가능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시민, 기술자, 법률가, 산업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참여형 AI 기본사회 거버넌스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기술의 통제는 기술자만의 권한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AI가 점차 인간의 감정과 판단을 흉내 내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구현되고 있는 오늘날,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거나 우위에 놓이는 상황에 대한 윤리적·법적 대응 또한 긴요하다. 기술은 사람을 모방할 수 있어도 인간 존재의 의미를 대신할 수는 없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다움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어야 하며, 정치와 제도는 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기존의 사회계약은 노동 중심의 산업사회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시민은 일하고 세금을 내며 국가에 참여했고, 국가는 그 대가로 복지와 보호를 제공했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노동을 재구성하고, 기술과 데이터가 새로운 부의 원천이 되는 시대에는 이 계약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 ‘AI 중심의 지능정보사회’에 맞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다시 써야 할 시간에 서 있다. 이러한 사회계약의 재구성이 실질적인 정책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분배와 성장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모두의 AI’는 분배의 비전이지만, 그 실현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공공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와 인프라를 확충하고, 민간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공공 LLM, 개방형 API, AI 바우처와 같은 정책은 민간 기업의 기술 진입을 유도하고, 기술 확산이 곧 생산성 향상과 신산업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분배는 성장 없이 가능하지 않고, 성장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기술 기반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기술 기반의 공공 혁신과 민간 생태계의 균형 있는 선순환이 구축될 때, AI로 창출된 부가 사회 전체로 환류되는 구조를 실현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포용적 분배의 전제이다. 이것이 바로 ‘모두의 AI’가 지향하는 가치이며,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의 실질적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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