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에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는 단순히 매매가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세가율의 격차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5년 4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53.5%에 불과한 반면, 경북이나 전남 등 일부 지방은 78.3% 수준으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세가율이 지역별로 크게 다르다 보니, 아파트 전세가격에 대한 인식과 시장 반응 역시 지역마다 상이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지방 전세가격 변화가 주택시장에서 왜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자.

Q1) 수도권과 지방의 전세가율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세가율, 즉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이 수도권과 지방에서 크게 차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별 평균 매매가격 수준의 격차에 있다. 서울의 경우 ’25년 2월 기준 연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3.63%에 달하며, 1㎡당 평균 매매가격이 1339만 6000원으로 전국 평균의 2.3배에 이른다. 반면 지방은 매매가격 자체가 수도권에 비해 낮기 때문에 전세가율이 자연스럽게 높게 나타나는 구조다. 실제로 서울의 전세가율은 53.5% 수준이지만, 경북·전남 등 지방은 78.3%를 넘나들고 있다. 즉, 절대적인 전세가격도 중요하지만, 지역별로 매매가격의 격차가 전세가율의 차이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Q2) 수도권보다 지방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더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가격은 궁극적으로 부동산 구매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수도권은 투자수요와 실수요가 복합적으로 발생하지만, 지방은 투자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고 실거주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실거주 수요자들은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당장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방의 경우, 투자수요가 적어 매매가격이 전세가격 변화에 따라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지방에서는 전세가격의 변화가 곧 시장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신호로 작용한다.

Q3) 전세가격 변화가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와 실제 사례는?

전세가격은 임차인의 계약 갱신이나 연장 시점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임차인은 기존 계약을 연장할지, 아니면 주택을 매수할지 고민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매매수요가 늘어나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울산광역시의 경우, ’24년 2월 이후 아파트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고, ’25년 2월부터는 매매가격도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는 지방 도시 중 가장 안정적인 상승세로 평가받으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선행지표로 작용한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전세가격의 변화는 실수요층의 움직임을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매매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Q4) 지역별로 아파트 전세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전세가격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전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다. 특히 단기간 내에 실수요를 인위적으로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공급 측면이 지역별 전세가격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전세공급이 확대되어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반대로 입주 물량이 적으면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비중 역시 전세가격 변화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공급이 부족한 지방의 경우, 한 번의 대규모 입주만으로도 전세가격이 크게 변동할 수 있어, 공급 요인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