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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고관절 수술 후 드물게 재수술이 필요해지는 주원인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규명됐다.
이영균·박정위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연구팀은 총 515건의 인공 고관절 재치환술을 분석한 결과 인공관절과 뼈 사이의 고정부가 느슨해져 결합이 약해지고 불안정한 상태인 '무균성 해리'가 과반수를 차지해 재수술 원인 1위로 꼽혔다고 21일 밝혔다.
인공 고관절 전치환술은 고관절의 퇴행성 관절염이나 대퇴골두 괴사 등을 치료하는 수술이다. 비구와 대퇴골두를 모두 인공 삽입물로 교체해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수술 후 대부분의 환자는 일상으로 복귀하지만 일부는 재치환술이 필요하다. 재수술을 할 경우 전치환술 보다 난이도가 높고 예후도 좋지 않아 환자 입장에선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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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04~2023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행된 모든 인공 고관절 재치환술 515건을 대상으로 △원인 △발생 시점 △수술 기법 및 고정 방식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2013년 전후로 수술 기법과 삽입물 재료가 크게 발전했다는 점을 고려해 재수술 시기를 1기(2004년~2013년)와 2기(2014년~2023년)로 나눠 연구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재수술 사례 중 무균성 해리가 가장 많은 52.4%로 확인됐다. 이어 감염(13.2%), 인공관절 주위 골절(10.7%), 인공 삽입물의 마모 및 골용해(8.5%), 세라믹 파손(5.8%), 탈구 및 관절 불안정성(5.6%) 순이었다.
재수술 원인의 비율은 수술 시기에 따라서도 크게 차이를 보였다. 무균성 해리의 경우 1기에는 62.5%를 차지했으나 2기에는 40.4%로 크게 감소했다. 삽입물 재질의 개선과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인공 삽입물의 마모 및 고정 실패가 줄었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반면 감염, 인공관절 주위 골절, 인공 삽입물의 마모 및 골용해, 세라믹 파손의 비율은 2기 수술 그룹에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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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경과 시점도 재수술의 주요 원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 직후부터 수년 이내에는 탈구, 인공관절 주위 골절, 감염과 같은 합병증이 주요 원인이었다. 반면 수술 후 10년 이상 경과한 시점에서는 무균성 해리, 인공 삽입물의 마모 및 골용해가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단일 기관에서 20년 넘게 축적된 데이터로 인공 고관절 재치환술의 원인과 경향을 시기별로 분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인공 고관절 수술을 받은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의하고 관리해야 할 위험 요인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이를 활용한다면 재수술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수술 후 관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수술 재료와 수술법의 발전으로 관절면의 마모와 관련된 재수술의 비율은 줄어들었지만 탈구와 인공 삽입물 주위의 감염 문제는 여전히 주요한 원인"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재수술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SCI(E) 국제학술지 정형외과학저널(Journal of Arthroplasty)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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