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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높이서 쏟아지는 빛의 폭포…"작품과 공간 딱 맞았죠"

■亞 첫 '안소니 맥콜' 개인전 기획한 구다회 푸투라서울 대표
영국 출신의 미디어 아트 거장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빛의 조각
'솔리드 라이트' 연작 수직 설치
"전통적인 장소서 미래적 이야기
예술과 삶을 향유하는 전시 기대"

10m 높이서 쏟아지는 빛의 폭포…'작품과 공간 딱 맞았죠'
‘빛의 조각가’ 안소니 맥콜의 대표 연작 ‘솔리드 라이트’ 세 작품이 푸투라 서울에 설치돼 있다. 사진 제공=푸투라 서울

깊은 어둠 속 10.8m 높이 천장 한 점에서 시작된 빛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린다. 공간을 가르며 원뿔로 완성된 이 빛의 폭포는 마치 실체가 있는 조각처럼 선명해 저도 모르게 손을 뻗게 된다. 그러나 반투명한 빛의 벽은 몸을 그대로 통과해 그림자만 남긴다. 잡힐 듯 하지만 잡히지 않는 빛의 조각. 관람객은 바닥에 빛나는 드로잉을 그리며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이 빛의 조각 안까지 들어가 작품과 하나가 되는 특별한 순간도 만끽할 수 있다.


영국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안소니 맥콜의 대표 연작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가 주는 경험이다. 빛의 조각가로 불리는 그의 작업을 설치 의도대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지난해 9월 개관한 서울 북촌의 신생 예술 공간 푸투라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맥콜은 1970년대 빛을 조각적 매체로 활용하는 혁신적 접근을 선보인 현대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미국 휘트니미술관과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런던 테이트모던 등 세계 굴지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작가가 아시아 첫 개인전 장소로 푸투라 서울을 선택한 것이 조금 뜻밖으로 여겨질 정도다.



10m 높이서 쏟아지는 빛의 폭포…'작품과 공간 딱 맞았죠'
서울 북촌 푸투라 서울에서 함께 한 안소니 맥콜(왼쪽)과 구다회 대표. 본인 제공

전시를 기획한 구다회 푸투라 서울 대표 겸 디렉터는 “푸투라 서울이 가진 공간의 매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리드 라이트’는 최소 9m 높이를 필요로 하는 수직 설치 작품으로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며 “현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테이트모던도 가로 설치로 타협했을 정도지만 우리는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솔리드 라이트가 수직으로 설치된 전시는 이번이 세계에서 네 번째이고 사운드 작업까지 함께 한 최신작 ‘스카이라이트’가 실물 크기로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전시 기획도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구 대표는 “지금까지 맥콜의 전시는 관람객이 1층 바닥에서 빛을 올려보는 방식이었는데 우리는 2.5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면서 빛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모두 경험하게 하는 동선을 말했다”며 “작가가 실제 설치를 보고 크게 만족한 것 같아 굉장히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10m 높이서 쏟아지는 빛의 폭포…'작품과 공간 딱 맞았죠'
안소니 맥콜, Breath III(2011), 풋프린트 드로잉, 7점 세트, 종이에 목탄 /제공=푸투라서울

어떻게 작품과 공간이 딱 맞아떨어질 수 있었을까. 사실 맥콜은 구 대표가 푸투라 서울을 기획하던 시점부터 마음에 둔 작가 중 한 명이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작가 스튜디오를 세 차례나 방문하는 등 전시 준비에만 꼬박 1년 반이 걸렸다. 구 대표는 “컨택과 기획은 테이트모던보다 내가 먼저”라며 “작가와 대화하다보니 점점 더 욕심이 생겨 작가의 50여 년 작업 세계 전반을 한번에 돌아보는 대표전 형식이 됐다”고 말했다. ‘왜 맥콜이었나’라는 질문에 구 대표는 “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작가이지만 한국에는 덜 소개된 것 같았다”는 이유와 함께 “푸투라 서울의 두 번째 전시인 만큼 공간의 방향성과 철학을 보여줄 작가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10m 높이서 쏟아지는 빛의 폭포…'작품과 공간 딱 맞았죠'
구다회 대표가 푸투라 서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미기자

푸투라 서울은 구 대표가 2018년 모기업 백산이 보유하던 북촌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해 꼬박 6년이 걸려 완성된 공간이다. 그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가장 한국적인 장소인 북촌에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머물만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처음 푸투라 서울을 떠올렸다. 구 대표는 푸투라 서울이 “단순한 공간을 넘어 하나의 질문이자 제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아티스트 래픽 아나돌을 개관전의 작가로 선택한 것 역시 전통적 장소인 북촌에서 가장 미래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질문이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맥콜은 1970년대 이미 주목받던 예술가였지만 생계와 기술의 제약 등으로 20년 간 작업을 멈춘 뒤 최근 다시 시작한 독특한 이력이 있어요. 숨 가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예술과 삶을 계속 이어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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