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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를 포함한 주요 대기업의 주도로 데이터센터 사업 경쟁이 본격화했지만 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를 이끌겠다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인공지능(AI) 공약을 내걸었지만 정작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는 가중되는 ‘엇박자 정책’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등 156개사가 모인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는 7월 개정될 ‘전기통신공사업법 시행규칙’의 일부 조항을 재검토해줄 것을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청했다. 사업자의 전기통신설비 유지 보수 의무를 강화하는 이번 개정이 사실상 새로운 데이터센터 규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개정안은 특히 건축물별로 중복되지 않게 유지 보수 관리자를, 이 중 규모가 큰 시설은 석·박사 학위에 고경력을 갖춘 고급 인력을 두도록 한다. 가령 연면적 6만 ㎡ 이상의 시설은 박사 학위를 소지한 3년 이상의 경력자, 또는 석사 학위를 소지한 9년 이상의 경력자인 ‘특급 기술자’가 관리를 맡아야 한다. 완공 직후(30일 이내) 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의무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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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협 데이터센터연합회장은 “단지 인력 한 명을 더 두는 문제가 아니라 그 인력을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데이터센터 운영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며 “데이터센터는 이미 정보통신망법상 정보 보호 최고 책임자, 방송통신발전법상 방송통신 재난 관리 책임자를 두고 있어 이번 개정이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규제 중복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지 보수 대상 설비만 수십 종에 달해 업계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데이터센터 규제는 느는 추세다. 2022년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사고의 후속 대책으로 방발법 등 ‘카카오 3법’ 개정이 이뤄진 데다 전력계통영향평가도 시범 운영 중이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사업자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절차로 지역사회 수용성, 지방재정 기여도, 직접 고용 효과 등 비기술 평가 항목까지 통과하도록 한다. 전자파 우려에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은 물론 고용 효과가 크지 않은 데이터센터 특성상 지방에서도 통과가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는 다음 달 분산에너지특구로 선정될 지역에 한해 해당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상업용 건물이라 고객사 수요가 몰린 곳에 지어야 하는데 전력 문제로 사실상 수도권에 못 짓게 된 건 고민스러운 부분”이라며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인 만큼 면제는 어렵겠지만 (규제 확대로) 실무자들의 부담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새 정부의 AI 육성 기조에 발맞춰 데이터센터도 규제보다는 지원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AI 3강 도약’을 공약으로 삼았다. 이 후보는 아예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 구축을 약속했고 김 후보도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등을 추진 중인 현 정부 정책을 계승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