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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인구를 자랑하던 중국이 요즘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매년 늘어나던 중국의 인구는 2022년 6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줄어들었습니다. 연간신생아 수가 1000만명 밑으로 떨어졌고 인구 1위 국가의 타이틀도 인도에 넘겨줬습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인 우리나라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중국의 합계 출산율은 1.0에 겨우 턱걸이 할 정도입니다. 그렇다 보니 중국에선 각 지방정부마다 앞다퉈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격세지감입니다. 중국에선 1979년부터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강하게 시행하며 대부분의 도시 가구에서 1자녀만 낳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시 내세웠던 구호가 ‘한 아이는 좋고, 두 아이는 충분하며, 세 아이는 너무 많다’(一個少,兩個好,三個多了)였죠. 자녀 한 명을 초과 출산 시 벌금(사회부양비)을 내게 하고, 직장 내 불이익을 주거나 강제 낙태 등의 조치가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농촌 지역이나 소수 민족의 경우에만 2자녀까지 허용될 정도였죠. 30년 넘게 이어진 독자정책으로 중국의 출산율은 점차 감소했지만, 남아 선호의 성비 불균형과 고령화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지난 2013년 한 자녀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으로 전환했습니다. 저출산과 노동력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존의 정책을 변경한 것이죠.
이어 2021년 5월, 중국 정부는 세 자녀까지 허용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세 자녀를 낳아 조국을 빛내자’(三孩政策,爲國争光)는 구호 속에 출산장려에 나섰고 다양한 지원에 나섰습니다. 육아 보조금도 지급하고 주택 구매 인센티브도 제공하는 등 각종 혜택을 내세웠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악화된 경제 상황으로 중국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됐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해지다 보니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 거죠.
중국 내에선 최근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거나 미루는 현상이 심해지자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법적 혼인 가능 연령을 낮추자는 제안도 나오는데요. 중국에서 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한 나이는 남성 22세, 여성 20세입니다. 출산율이 계속해서 낮아지자 법정 결혼 가능 연령을 18세로 낮추면 결혼도 빨리 하고 아이도 더 많이 낳지 않겠냐는 의견입니다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결혼 가능 연령이 너무 낮으면 혼인 결정에 신중을 기하지 못해 오히려 이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있죠. 농촌에선 여성이 조혼(早婚)으로 고등교육을 못 받는 상황을 야기하는 등 여성의 권익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옵니다.
인구 감소를 막는 게 국가는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큰 과제로 떠오르면서 출생율 제고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중국 지방정부들은 연례 업무보고에 보조금과 세금 감면, 육아휴직 연장 등 다양한 출산율 확대 정책을 앞다퉈 넣었습니다.
후베이성은 신생아를 위한 무료 질병 검진 서비스, 자녀 두 명 이상인 가정에 대한 주택 구입 보조금, 출산·육아 휴직의 적절한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감독·집행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후베이성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겸 샹양중앙병원 당서기는 “산모와 아버지의 출산휴가를 각각 180일과 30일로 늘리자”고 제안했는데요. 이는 중앙정부가 정한 산모의 기본 출산휴가 98일, 배우자 휴가 15∼30일을 크게 늘리자는 의미입니다.
베이징시는 업무보고에 다양한 보육 서비스를 통해 '출산 친화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원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고, 톈진시도 업무보고를 통해 시 단위 통합 보육 서비스 센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죠.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며 얼마 전에는 연말까지 모든 상급 종합병원에서 무통분만(경막 외 마취 분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최근 홈페이지에 ‘무통분만 업무의 전면적 추진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올해 말까지 산부인과 진료를 하는 모든 3차 의료기관(병상 500개 이상)에서 무통분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2차 병원(병상 100개 이상)은 2027년까지 무통분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위원회는 무통분만 관련 시설 마련과 장비·약품 배치, 전문 인력 교육을 강화하라고 지시하고 산전 검사 항목에 진통 관련 평가를 포함하도록 권장했습니다. 모두 출산 친화적인 환경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인데요.
중국의 무통분만 이용률은 선진국 대비 낮아 출산 기피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에서 전체 산모 중 무통분만을 택하는 비율은 약 30%에 그치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67% 이상이 무통분만으로 출산하고 프랑스에서는 이 비율이 82%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죠.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에서 2018년 무통분만을 촉진하기 위한 시범 프로그램을 전국 900개 병원에서 시행한 이후 참여 병원의 평균 무통분만 이용률이 2015년 27.5%에서 2022년 60.2%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지역별 의료격차, 안전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대중의 오해, 마취과 전문의 부족 등의 이유로 전반적인 이용률은 아직 낮은 편입니다. 공공병원에서 무통분만 이용 시 1000∼3000 위안(19만∼57만 원) 정도인 비용도 부담 요인으로 꼽힙니다.
최근 일부 지방에서는 결혼을 기피하거나 미루는 현상이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결혼휴가를 기존의 10배로 대폭 연장하는 정책이 도입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보장하는 결혼휴가는 3일이지만 일부 지역에선 30일까지 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간쑤성과 산시성은 결혼 휴가를 30일로 늘리기로 정했습니다. 쓰촨성은 결혼휴가를 기존 3일에서 20일로 연장하고 혼전 건강검진을 받을 경우 5일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허난성, 헤이룽장성,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은 20일 이상의 결혼휴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산둥성도 올해 1월부터 기존 3일이던 결혼휴가를 최대 18일로 연장했는데요. 현재 27개 이상의 성 급 단위에서 결혼휴가를 연장하거나 계획 중입니다.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은 중국의 지난해 혼인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20% 넘게 감소하며 4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기 때문이죠. 중국 민정부가 최근 공개한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610만 6000쌍이 혼인신고를 했는데, 이는 1980년 혼인법 개정으로 관련 통계 집계를 파악한 이후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중국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출산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연애·결혼 관련 강의를 도입하도록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임 인구 감소와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등 근본 상황은 바뀌지 않아 중국의 고민이 큰데요. 최근 결혼한 한 중국 지인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나아지면 누구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여러 명 갖고 싶을 것”이라며 “국가는 다른 것보다 경제를 살리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경제 회복이 우선이라면 중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은 앞으로 더욱 요원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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