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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윤 KH그룹 회장이 수년째 해외 도피 중인 가운데 KH그룹이 계열사 간 자금 돌리기로 분주하다. KH건설 자회사 자금이 돌고 돌아 다시 KH건설로 향하는가 하면, 새로운 상장사 인수도 시도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H건설은 최근 25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예고했다. 대상자는 에스티조합, 더에프피조합, 지앤비조합으로 납입 예정일은 오는 19일이다.
이 조합들은 최근 KH미래물산이 추진한 110억원 규모 유증 대상자로, 최대 출자자는 모두 KH그룹 계열사 IHQ(003560)다. 이 중 에스티조합 대표에 이름을 올린 이영진 씨는 KH미래물산 임원이다.
IHQ가 최근 KH미디어를 대상으로 242억원 유증을 예고하며 자회사 자금이 다시 KH건설로 향하는 모양새다. 당초 KH건설은 유증 자금 중 242억원을 KH미디어 지분 취득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전액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정정했다. KH미디어는 지난 2020년 설립된 법인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자본 잠식 상태다. 또한 지난해 매출은 전무하고 순손실은 9억원에 달한다.
KH그룹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KH미래물산→KH필룩스→장원테크(174880)→KH건설→KH미디어→IHQ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 중 KH미래물산 대주주는 배상윤 회장 측 법인이 최대 출자자인 클로이블루조합이다. 배 회장은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혐의 등을 받는 상태로 지난 2022년부터 해외 도피 중이다.
또한 장원테크는 KH필룩스에 KH건설 구주 204만여주를 169억원에 매각하는 딜을 진행 중으로 잔금 예정일은 오는 20일이다. 해당 자금은 KH미래물산과 IHQ 측으로부터 나올 전망이다. KH필룩스는 최근 KH미래물산과 IHQ가 최대 출자자로 있는 조합을 대상으로 대규모 유증을 예고한 상태다.
KH미래물산 역시 KH그룹 측 조합 등을 대상으로 143억원 규모 유증을 추진 중이다. 납입 예정일은 오는 23일로, 회사는 확보 자금을 KH필룩스 지분 취득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계열사 간 자금 돌리기를 통한 지배 구조 강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
이런 가운데 KH그룹은 또 다른 상장사 인수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도하던 대양금속 적대적 M&A(인수합병)가 성과없이 끝나자, 새로운 상장사를 물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상장사는 지난달 비엔에스조합과 케이헤드조합을 대상으로 총 300억원 규모 유증을 예고했는데, 이 조합 최대 출자자는 각각 KH필룩스와 KH건설 자회사인 에스이에코다. 납입 예정일은 오는 20일과 다음달 30일이다.
유증 대금이 예정대로 모두 들어온다면 비엔에스조합으로 대주주가 변경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말 기준 에스이에코는 자본 잠식 상태이고, KH필룩스의 유동비율은 31%에 불과하다. 또한 KH필룩스와 에스이에코의 지난해 순손실은 각각 582억원, 57억원을 기록하는 등 자체 납입 여력에 의문부호가 붙은 상태다.
아울러 KH그룹 계열사는 모두 거래정지 중인 상황이어서, 이와 같은 일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KH건설, KH미래물산, KH필룩스, IHQ 등 KH그룹 계열사는 대다수 감사 의견 거절을 받으며 재작년부터 거래 정지 중이다.
당시 KH미래물산의 감사인은 “관계기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의 최종결과로 발생될 수 있는 자산의 손상 여부 및 일련의 자금거래 및 지출거래와 관련해 거래의 정당성 등에 대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의견 거절 사유를 밝혔다.
KH그룹 측은 "자금 운용은 계열사 유동성 안정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다른 상장사 유상증자에 SI(전략적 투자자)로 참여 예정이나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